탈북자 망명 사건을 둘러싼 중국과 일본의 외교분쟁이 격화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일본이 돌연 대만의 세계 보건 기구(WHO) 가입지지 의사를 밝혀 양국 외교 관계의 격랑이 예고되고 있다. 홍콩경제일보를 비롯한 홍콩 신문들은 15일 주요 기사로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일본 관방장관이 대만의 기구 가입 지지 내용을 담은 14일자 회견 내용을 상세히 전하면서 일본이 대만카드로 중국 견제에 나섬에 따라 양국 관계가 급속도로 악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논평했다. 후쿠다 장관은 이날 각료회의 직후 기자 회견에서 "대만은 우리와 지리적으로 가까운데다 보건의료 체제의 선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어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하고 "국제기구의 보편성 원칙에 따라 많은 지역과 국제기관, NGO(비정부기구)가 WHO에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해 주목을 끌었다. 관측통들은 그 동안 중국측 입장을 고려해 대만의 WHO 참가 문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일본이 이처럼 입장을 선회한 배경으로 선양(瀋陽) 총영사관의 탈북자 망명 사건을 둘러싼 중-일 양국의 외교 마찰을 지적하고 있다. 일간 명보(明報)는 15일 논평 기사에서 일본이 탈북자 사건으로 중국과 갈등을 빚는 상황에서 대만의 WHO 가입 지지 의사를 밝힌 것은 '불에 기름을 끼얹은 격으로 양국 관계에 하등의 도움이 안된다고 논평했다. 한편 대만은 올해에도 온두라스를 비롯한 중미 국가의 지지를 받아 세계보건기구(WHO) 옵서버 가입을 시도했으나 중국의 저지로 다시 국제기구 진출 꿈이 좌절됐다. 세계보건총회(WHA)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191개 회원국들의 만장일치로 대만의 옵서버 가입문제를 이번 총회의 추가 의제로 채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만의 WHO 옵서버 가입 신청이 본회의 정식 안건으로 상정되지 못한 것은 지난 97년이래 이번이 다섯번째이다. 대만의 옵서버 가입 신청을 지지한다는 원칙을 취했던 미국은 침묵으로 일관했고 EU는 유럽의회의 지지결의안 채택과는 반대입장을 견지했다. (홍콩=연합뉴스) 홍덕화 특파원 duckhw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