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에도 6시그마 경영붐이 일고 있다. 창원특수강과 현대하이스코에 이어 국내 철강업계의 맏형격인 포스코가 최근 6시그마 경영에 힘찬 시동을 걸었다. 지난해 20년 만의 지독한 철강경기 침체를 겪었던 터라 이들이 추구하는 6시그마 경영의 목표는 '생존을 위한 변화와 혁신'으로 압축된다. ◆ 포스코 =포스코가 6시그마 경영의 돛을 올린 것은 지난 2일. 유상부 포스코 회장은 "전 세계적으로 철강업계 통합화와 대형화가 거세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며 "6시그마 경영은 해외 기업으로부터 배우는 것이지만 포스코만의 경영교과서로 다시 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스코는 이에 따라 오는 10월 말까지 1차 웨이브를 통해 포항 및 광양제철소, 기술연구, 마케팅, 지원 등 5개 부문 82개 과제를 수행한다는 계획이다. 1차 웨이브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면 2005년까지 8차 웨이브에 걸쳐 총 1천6백80개의 과제를 수행키로 했다. 6시그마 활동이 조기에 정착, 지속될 수 있도록 내년 11월 전문가 양성과정인 '6시그마 아카데미'를 개설키로 했다. 6시그마 아카데미에서는 과제수행을 지도하는 '마스터 블랙벨트(MBB)' 40명, 과제 수행 리더인 '블랙벨트(BB)' 4백40명, 과제수행을 지원하는 '그린벨트(GB)' 2천4백명 등 총 2천8백80명의 6시그마 전문가를 양성할 예정이다. 6시그마 컨설팅사인 PWC는 포스코가 2005년까지 모든 과제를 완료할 경우 약 7천억원의 재무성과를 거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현대하이스코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 임직원들의 의식 속엔 '변해야 산다'는 슬로건이 항상 걸려 있다. 지난 2000년 5월 6시그마 경영의 출발신호가 떨어지면서부터다. 먼저 각종 용어부터 고쳐 나갔다. '공급'은 '납품'으로, '수요가'는 '고객'이라는 용어로 각각 바꿨다. 고객위주의 마인드를 정립한 것이다. 그 다음이 물리적 시스템의 혁신이다. 대표적인 예는 자동차 외판재 '탈지불량(수막성) 개선'. 자동차용 냉연강판에 프레스 작업을 하면 강판표면에 먼지 기름 등의 이물질이 묻게 된다. 이를 제거하는게 탈지공정이다. 탈지공정을 거치고 나면 강판의 표면에 균일한 수막이 형성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도장공정때 불량이 발생한다. 과거 현대하이스코가 납품하는 강판의 경우 탈지공정 후 균일한 수막이 형성되지 않고 물방울이 맺히는 상황이 발생하곤 했다. 그러나 6시그마 활동 결과 이 현상을 막을 수 있게 됐다. 연산 4만8천t의 증산효과를 보게 됐다. 6시그마 경영에 속도를 붙인 현대하이스코는 지난해 2백7건의 과제를 해결, 94억원의 유형적인 재무효과를 냈다. 매출증대 효과는 2백28억원에 달했다. 올해는 2백40건의 과제를 해결해 3백억원대의 효과를 거둔다는 계획이다. ◆ 창원특수강 =김권식 창원특수강 사장은 요즘 직원들이 제출한 6시그마 활동 관련 제안서를 챙겨보느라 눈코뜰 새가 없다. 그는 "99년 1인당 8건에 불과하던 품질 및 업무혁신 제안건수가 지난해 52건(총 6만3천건)으로 급증했고 올들어서도 계속 늘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그만큼 창원특수강 직원들의 6시그마 경영활동 참여도는 폭발적이다. 창원특수강의 6시그마 경영은 99년 철강업계 최초로 도입됐다. 직원들의 열기에 힘입어 이제는 정착단계에 들어섰다. 지난해까지 품질 안전 환경부문의 통합경영시스템을 마련했고 전 직원이 6시그마 품질자격 교육을 이수했다. 생산부문에서는 특수강 제조과정의 원가와 최종제품에 이르는 실수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빌렛 절단스크랩을 대폭 줄인 일이 좋은 사례다. 두꺼운 빌렛을 가느다란 선재로 압연하는 공정에서 압연롤을 쉽게 통과하도록 소재 선단부를 절단하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스크랩이 선진 업체수준에 비해 약 50%나 많아 낭비가 심했다. 그러나 6시그마 활동으로 절단스크랩률을 기존보다 65% 이상 줄여 연간 5억원의 원가절감 효과를 거두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