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반도체와 국제유가가 이상기류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미국경기가 다시 침체에 빠져들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 국내 경기회복세 둔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이에따라 전윤철(田允喆)부총리겸 재정경제부장관이 중국 방문을 마치고귀국하는 대로 이번주말께 경제장관간담회를 개최해 경기상황을 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재경부는 그러나 지난달말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확인한대로 거시경제정책기조의 큰 틀을 유지하고 일부 부문에 대해서만 미세조정으로 대응한다는 기존 입장이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따라 이번주중 나오는 한국은행의 올 1.4분기 실적을 지켜본 뒤 현재의 거시정책기조를 유지하되 오는 6월말로 예정된 임시투자세액공제 적용시한 연장문제와자동차 등 고가소비재 특별소비세의 환원여부 등 경기부양을 위한 정책들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반도체.국제유가 등 대외변수 불안 국제 반도체 시세는 지난주부터 2.4분기 비수기에 따른 `조정'으로 해석하기에는 훨씬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재경부는 판단하고 있다. 지난주말 아시아 현물시장에서 128메가 SD램 가격은 개당 1.65~2.30달러(평균가2.03달러)선에서 거래됐다. 이는 올들어 최고치인 지난 3월5일의 4.38달러의 절반수준으로 작년 12월25일이후 유지된 2달러선도 4개월여만에 붕괴됐다. D램 가격은 이번주에도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며 일부 전문가들은 128 메가SD램의 평균가가 1.50달러를 하회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중동정세가 불안하게 전개되면서 국제유가는 지속적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0일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텍사스중질유(WTI)가격은 배럴당 27.99달러를 기록했다. 국내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두바이유 가격도 배럴당 25.43달러로 나흘째오름세를 보였다. 북해산 브렌트유도 26.38달러까지 올랐다. ◆국내외 경기회복 둔화가능성 대두 국제금융센터는 `미경제 이중침체(더블 딥) 논란'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소매판매와 주택착공건수 악화 등으로 미국경제회복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고 주식시장도이런 우려를 반영해 3월중순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민간 소비가 예상보다 크게 위축되고 기업 설비투자가 단기간내 회복되지 않을 경우 일정 기간후 재침체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금융센터는 "5~6월에 발표되는 소비.투자관련 지표에 따른 미국 금융시장의반응이 한국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미국의 경제회복 지속여부에 따라 한국의 대미수출 등 교역관계 개선여부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4월 경제동향'보고서를 통해 "경기가 완만히 회복되고있으나 부분적으로 상승속도를 둔화시킬 수 있는 요인들도 나타나고 있다"면서 "반도체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4월중 미국경기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조정되면서주식시장이 약세로 반전되고 있는 점 등은 향후 경기상승폭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내수진작 다시 할 시점은 아니다' 정부는 국내외 경기여건이 이렇게 악화됨에 따라 이번주말께 경제장관간담회를열어 경기동향을 점검할 방침이다. 재경부는 그러나 지난달 경기과열논란속에 거시경제정책기조의 수정여부가 쟁점이 됐을 당시 이미 미국경기 회복속도 지연과 국제유가.반도체 등 현재의 문제들이충분히 반영됐다는 입장이다. 경기 과열우려가 일부에서 강하게 제시됐지만 내수중심의 경기부양과 저금리기조 유지 등 거시정책기조의 전환 여부는 수출과 설비투자가 본격화된 뒤 논의키로하고 부동산 가격급등과 가계대출 급증 등 과열조짐을 보이는 부문에 대해서만 미세조정으로 대응한다는 결정이 이런 변수를 고려한 것이었다는 설명이다. 재경부는 반도체값 하락의 경우 2.4분기 조정이 이미 예상된 것으로 전체 수출에 미치는 영향도 금액면에서는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도 두바이유 기준 연간 21~25달러로 예상한 당초 전망의 범위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고 중동정세 역시 경기회복 속도가 불투명한 가운데 미국이 대 이라크 전쟁을 벌이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진정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미국경기도 회복기조가 여전히 살아있고 더블 딥이 온다 해도 1.4분기 성장률 5.8%에서 2.4분기 이후 2~3%대로 떨어질 가능성은 있지만 마이너스 성장과 같은 급격한 침체는 없을 것으로 분석했다. 재경부는 이번주중 한은이 발표하는 1.4분기 경기실적도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이 당초 한은의 전망치인 4.7%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5% 내외인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당분간 거시정책기조를 유지하면서 국내외 경기동향을 주시한다는 방침이다. 국내외 동향이 지속적으로 악화될 경우 6월말로 종료되는 임시투자세액공제 적용시한 연장과 자동차 등 고가소비재 특별소비세 감면조치의 연장을 검토할 수도 있지만 현 시점에서 별도의 경기부양책을 검토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연합뉴스) 유의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