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자동차 산업은 중국 시장개방 등의 영향으로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운명이나 역내 거래를 늘리고 일본의 공격적인 아웃소싱 전략에 편승할 경우 열세를 상당 부문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고 태평양경제협력위원회(PECC) 보고서가 분석했다. 보고서는 아세안자유무역지대(AFTA) 구축도 자동차 부문의 경쟁력을 높이는 발판이 될 수 있으나 그 진척이 충분치 않다면서 역내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아세안 주요 회원국간 알력도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열린 아시아.태평양 교통관리 및 자동차 메이커 관계자 회동에 제출된 보고서는 "중국의 시장 개방이 (너무) 쪼개져있고 또 효율도 떨어지는 아세안 자동차산업을 구조조정할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면서 "아세안이 이를 계기로 역내 자동차부문 거래를 활성화시키고 제 3국 진출도 가속화하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AFTA가 발효될 경우 내년까지 아세안 공산품 대부분의 역내 관세가 최고 5.0% 수준으로 크게 떨어진다. 아세안 4대 시장국인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및 태국의 자동차 및 부품 관세율은 현재 10-40%다. 보고서는 아세안 역내 자동차 교역이 늘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역내 자동차 교역률은 지난 99년 현재 2.19%에 불과하다. 반면 유럽은 39.38%,호주.뉴질랜드의 경우 아세안에서 수출되는 완성차의 24.72%를 소화한다. 이어 중동.아프리카에 11.32%가 수출되고 동아시아가 수입하는 아세안 자동차는 10.73%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자동차 부품도 아세안 역내 교역률이 낮아 11.2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북미와 일본이 차지하는 비율은 22.26%와 20.46%로 집계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아세안 회원국간 자동차 산업도 특화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즉 태국은 픽업, 말레이시아는 중형차 생산에 초점을 맞추는데 반해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시장은 소형 상용차 비중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부품 쪽도 특화 추세가 완연해 태국은 점화배선, 엔진 및 엔진부품, 말레이시아는 자동차 음향기기, 오일필터 및 브레이크 부문에 노하우가 많은 것으로 지적됐다. 이에 비해 인도네시아는 타이어, 필터 및 자동차 음향기기, 필리핀의 경우 점화배선,기어박스, 라디오 및 차체 생산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같은 특화에 대한 전문가의 진단은 부정적이다. 자동차 전문 컨설팅기업인 오토폴리스의 아시아.태평양 책임자 그램 맥스턴은 "특화 자체를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면서 그러나 "문제는 이들이 적정한 규모를 갖추지 못하고 있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태에서 더 쪼개지면 그나마의 경쟁력도 없어진다"고 경고했다. 맥스턴은 더욱이 아세안의 주요 자동차 산업국들이 "서로 역내의 거점이 되길 원하는 것도 문제"라면서 따라서 "자동차 부문의 역내 교역을 활성화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그러나 길이 없는 것도 아니라면서 특히 일본이 자동차 부문 아웃소싱에 적극 나서고 있는 점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PECC 보고서도 아세안에 일본의 이같은 입장을 활용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보고서는 미쓰비시 자동차가 부품 생산의 95%를 아웃소싱할 목표를 세우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스즈키 자동차도 제너럴 모터스(GM)가 주도하는 부품공동구매망을 통해 현재 1%에 불과한 부품 외부확보율을 늘릴 계획이라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맥스턴은 그러나 아세안이 일본의 적극적인 아웃소싱에 의존해 역내 자동차 산업을 발전시키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자동차업계를 대변하는 자동차교역정책위원회(ATPC)의 스테픈 콜린스 회장은 "아세안이 AFTA를 가속화함으로써 역내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 AFP=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