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속파 직장인 김기성씨(30)는 최근 옷장을 마련할 요량으로 가구 매장이 많은 서울 아현동 가구 시장을 찾았다. 다리품을 팔아가며 이곳 저곳 다닌 끝에 가격이 싸면서도 마음에 드는 23만원짜리 옷장을 골랐다. 바쁜 와중에 반나절을 소비했지만 나름대로 만족해 하며 귀가했다. 하지만 만족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집에서 인터넷 서핑을 즐기다 우연히 들어가 본 가격비교사이트에서 같은 제품을 18만원에 팔고 있는걸 발견한 것이다. 가정주부 장선희씨(28)는 대형 백화점을 찾지 않는다. 세일시즌은 물론이고 평소에도 인파로 북적거리는 대형 백화점에서 편안한 쇼핑을 즐기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집에서 인터넷쇼핑몰이나 TV홈쇼핑 채널을 통해 물건을 주문해 한결 여유있는 생활을 만끽하고 있다. 요즘은 생필품도 PC로 주문, 평소 시장을 찾던 시간에 운동을 하게 됐다. 인터넷쇼핑몰 홈쇼핑 경매 공동구매 등 정보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부상한 전자상거래 유통채널이 소비패턴을 변화시키고 있다. 전자상거래를 이용하면 한푼이라도 싼 물건을 찾기 위해 아울렛매장이나 세일중인 백화점, 전자상가 등을 헤매는 수고를 덜수 있다. 또 다리품만 팔고 바가지를 쓰는 불쾌한 경험도 피할 수 있다. 통계청이 조사한 사이버쇼핑몰 거래액을 보면 소비패턴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다. 지난 1.4분기 사이버쇼핑몰 거래액은 분기별 집계 사상 최초로 1조원을 돌파했다. 전년 동기보다 6천3백억원(89.2%)이 늘어 1조3천4백억원이 사이버쇼핑몰에서 거래됐다. 3월 한달간의 거래액만도 4천6백62억원을 기록, 종전 월별 최고치인 4천3백82억원을 뛰어 넘었다. 기업들의 소비패턴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복사용지 등 기업소모성물품(MRO) 구매 등에 대한 기업들의 아웃소싱이 확산되면서 전자장터를 통한 기업 구매가 활발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구매를 중개하거나 대행해 주는 e마켓플레이스(전자장터) 업체들의 외형도 눈에 띄게 커지고 있다. 실제로 아이마켓코리아 엔투비 코리아e플랫폼(KeP) 등 대표적인 e마켓플레이스 업체들의 지난 1.4분기 거래금액은 지난해 전체 거래 규모의 절반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다. 엔투비의 한 관계자는 "작년말부터 대기업과 중견기업들 사이에서 소모성자재 구매는 외부에서 아웃소싱해 비용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며 "앞으로 이같은 추세가 본격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대인 기자 big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