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뛴다고 해서 증시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 유가의 등락과 주가와는 별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중동지역이 지금과 같은 초긴장 상태일 때 더욱 그렇다. 올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갈등이 전쟁으로 비화되면서 유가가 크게 뛰어올랐지만 다우존스 공업평균지수는 오히려 반등했다. 역사적으로도 수차례 유가가 급등한 시기가 있었으나 전세계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 주가가 유가 등락에 둔감한 것은 유가 이외의 경제적인 요소가 증시에 더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ABN암로의 게리 사센트는 "중동사태 등 항상 나오던 얘기가 또 등장할 때 투자자들은 신문의 머릿기사 대신 시장이 갖고 있는 펀더멘털(기초체력)에 주목하게 된다"고 말했다. 국제유가는 지금도 여전히 높은 편이다. 지난 1년간 원유가격은 약 25% 올랐다. 또 국제유가는 한번 오르기 시작하면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시한폭탄"같은 존재란 사실엔 변함이 없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심각한 중동사태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는 정체돼 있거나 이제 서서히 낮아지기 시작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또 국제유가가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JP모건 증권의 제임스 글래스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유가가 앞으로 현상유지만 돼도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유가의 비중은 크게 감소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의 점진적인 안정기조에도 불구하고 증시는 아직 이렇다할 호전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기업실적이 나아지지 않고 있는 탓이다. 기존 주택판매,실업률 등 최근 잇따라 발표되고 있는 각종 경제지표들도 증시에 악재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국제유가의 등락은 개별종목에 단기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재 증시에서 가장 불안한 종목중 하나인 항공주의 경우 이제 서서히 비상할 준비를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만약 유가가 지금과 같은 추세대로 안정된다면 항공주들이 상대적으로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메릴린치 애널리스트인 마이클 리넨버그는 최근 컨티넨탈항공,델타항공,노스웨스트항공 등의 주식 등급을 "단기 매수"에서 "단기 강력 매수추천"으로 상향조정했다. 유가와 비교적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소매 및 제조업계,엔터테인먼트 업계 등도 혜택을 얻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이같은 개별종목 주가는 대세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역사적으로도 국제유가와 증시는 별개로 움직여 왔으며 이같은 추세가 앞으로 변할 것 같지는 않다. [ 정리=국제부 inter@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