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꼬여가는 듯하던 하이닉스[00660] 처리가 일단 `분할'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다. 총자산 13조원(총부채 8조4천억원)의 덩치로는 매각이든 독자생존이든 기대난인 만큼 "일단 쪼개고 보자"는데 채권단과 회사측이 합의한 것이다. 그러나 `분할 이후'의 해법에 관해서는 채권단과 회사, 노조, 소액주주 등 이해당사자간의 시각차가 여전하다. 현상유지에서 분할로 `형식논리'만 바뀌었을 뿐,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어 분할 이후의 처리과정에서 험로가 예상된다. ◆ 이사회 승인배경 = 정부.채권단이 매각방침에 `반기'를 들었던 하이닉스 이사회가 9일 채권단의 분할계획을 수용한 것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받아들여진다. 독자생존 추진이라는 `명분'을 살리면서도 현실적으로 정상화의 키를 쥔 정부.채권단의 요구를 일정부분 수용, 더이상의 파행상태를 피해보자는 `실리'를 취했다는게 하이닉스 주변의 해석이다. 물론 분할의 `대전제'가 다르기는 하지만 회사정상화 차원에서는 적정한 타협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것. 채권단 분할계획이 하이닉스의 독자생존안의 골격과 유사하다는 점도 승인쪽에 무게를 실어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채권단이 이사회 결정을 바라보는 시각은 정반대다.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은 이를 두고 "하이닉스 이사회 분할안 동의는 법정관리에 안가고 처리할 수있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말하면서 "이는 독자생존안을 사실상 포기하는 것"이라고주장, 이사회와는 정반대로 해석했다. 이는 분할 이후 어떤 식으로든지 메모리부문을 매각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강조한 것이지만 `독자생존 포기'는 지나친 확대해석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날 이사회 결정의 키포인트는 발표문에 등장하는 "구조조정특별위원회가 수립한 구조조정방안에 대하여는 이사회의 동의를 거치도록 하였으며..."라는 대목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는 행간(行間)을 읽어보면 앞으로 정부.채권단 주도로 이뤄질 구조조정 과정에서 이사회가 제동을 걸 수 있는 일종의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으로볼 수 있기 때문이다. ◆ 어떻게 쪼개나 = 문제는 어떤 잣대와 방법으로 회사를 쪼갤 지의 여부. `밑그림'이 어떤 모양으로 완성되느냐가 하이닉스 처리 방향과 직결돼있기 때문이다. 일단 채권단과 회사간에 근본적 시각차가 건재하고는 있지만 최근 물밑 협의를 통해 일정수준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을 것으로 하이닉스 주변에서는 짐작하고 있다. 채권단과 회사측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해보면 하이닉스를 ▲메모리(유진공장과 팩키징.테스팅부문 별도 분할.분리 검토) ▲비메모리 ▲TFT-LCD ▲기타 비영업부문 등 크게 4개 부문으로 분할하는 방안이 적극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산공정이나 인력운용, 매각 용이성 등을 따져볼 때 현단계에서 가장 적절한 분할모델이라는데 이견이 없는 상태. 분할 자체보다는 분할된 사업부문중 어떤 부문을 주력으로 남기고 어떤 부문을 매각 또는 청산할지 여부가 보다 큰 관심사다. 채권단이 그동안 `경쟁력 유무'를 분할의 기준으로 밝혀왔다는 점에서 메모리부문이 주력으로 남고 나머지 부문은 비주력으로 매각 또는 청산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비메모리 역(逆)분리.매각을 추진하겠다는 하이닉스의 독자생존안과도 골격이 비슷하다. 매출기준으로 사업별 비중을 따지더라도 메모리가 70%로 `몸통'이라고 나머지 비메모리 15%, TFT-LCD 10%, 기타 비영업부문 5% 순이다. ◆ 분할방법.비율이 문제 = 그러나 어떻게 분할할 것인가의 `방법론'이 난제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사업부문을 분할하는 물적분할 방식을 취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과연 자산과 부채를 어떤 기준과 비율로 나눌 것인지는 부채탕감 등 전체적인 채무재조정 계획과 맞물려 있어 쉽사리 결정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현재 하이닉스는 총자산이 13조4천700억원에 총부채가 8조4천800억원에 달한다. 이중 메모리부문이 영업자산 7조300억원, 영업부채 7천600억원이고 비메모리부문은영업자산 1조7천억원, 영업부채 3천억원이다. 나머지 비영업부문은 자산 4조7천400억원, 부채가 7조4천200억원이다. 하이닉스 주변에서는 매각할 사업부문의 부채를 낮추고 청산대상이 될 사업부문에 부채를 몰아넣어 사실상의 부채탕감 효과를 거두는 방안이 검토될 것으로 보고있다. 현재 분할방안을 컨설팅할 외부전문기관으로는 모건스탠리와 도이치방크 등 7∼8곳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실사는 분야별 경쟁력 여부를 중심으로 한달정도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 `몸통' 처리는 뒷전으로 밀릴 듯 = 채권단과 회사측의 `합의'로 분할절차가무난히 매듭되더라도 분할 이후의 처리방향을 둘러싸고 갈등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채권단은 어떤 식으로든 메모리부문에 대해 매각을 추진한다는 입장인 반면, 하이닉스측과 소액주주, 노조 등은 메모리부문은 독자정상화시키고 나머지 부문을 매각하자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날 이근영 금감위원장의 발언으로 볼 때 메모리부문 매각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매우 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몸통'인 메모리부문 매각이 당장 성사되기 어려운 사안이라는 점에서 채권단과 회사측은 아무래도 비메모리와 TFT-LCD부문 매각에 주력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메모리부문 매각을 `단기적'이 아닌 `종국적'이라고 언급하는 분위기여서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것이 확실시된다. 이미 비메모리와 TFT-LCD부문의 매각작업은 상당수준 `숙성'돼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와관련, 박종섭 전 대표이사는 지난 6일 미국으로 출국, 비메모리 매각작업을 본격화하고 있고 이미 해외 금융컨소시엄을 포함한 1∼2곳이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하이닉스는 소수지분 매각은 물론 51:49 등의 합작형태도 적극 고려하는 등 비메모리 매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TFT-LCD는 대만 캔두 컨소시엄과의 협상이 깨진 이후 특별한 움직임은 없지만 사업성이 워낙 좋은 부문이어서 매각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소액주주와 노조의 움직임은 당장은 아니더라도 앞으로 메모리부문 처리방향이 독자생존과 배치될 경우 반발하고 나설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정부.채권단이 출자전환을 통해 내달 25일까지 새로운 이사회 구성을 강행할 경우 소액주주나 노조가 적극적으로 저항할 공산이 크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기자 rhd@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