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맨해튼 패션애버뉴의 신문 가판대엔 늘 한국신문들이 수북히 쌓여있다. 코리아타운인 32가 주변 지역이외에서 한국신문을 파는 유일한 곳이다. 그만큼 많은 한국인들이 이 거리를 누빈다. "한때 5백곳을 넘었던 회원수가 지금은 절반가량으로 줄었지만 그래도 여기는 아직 한인들이 어깨를 펴고 큰 돈도 벌수 있는 곳이다"(양광석 뉴욕한인봉제협회장) 점점 치열해지는 경쟁시장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한국인 특유의 순발력. 브로드웨이 1333번지 콘웨이 빌딩 전시장에서 만난 권혁규 리걸웨어 사장도 그중 한 명이다. 권 사장은 명함부터 좀 색다르다. 검은색 바탕에 전설적인 중국계 액션배우 이소룡(브루스 리)의 사진과 이름이 자기 이름보다 훨씬 더 크게 쓰여 있다. 티셔츠에서 가죽점퍼까지 모든 의류제품은 물론이거니와 전시장 외벽에도 이소룡 사진들이 가득 걸려 있다. 권 사장이 이소룡과 인연을 맺은 것은 우연한 계기에서다. 꼭 2년전 중국 무술영화들이 미국에서 인기를 얻는 것을 보고 '원조'격인 이소룡의 얼굴을 넣은 옷을 만들어 팔려고 했는데 미국 최대 영화제작사인 유니버설스튜디오에서 전화가 왔다. 이소룡에 관한 모든 판권은 자신들에게 있다며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으름장이 온 것. 하지만 권 사장은 이를 오히려 기회로 활용했다. 아예 같이 일하자고 설득했고 결국 지난해 의류부문의 캐릭터 라이선스를 따냈다. 제품개발 생산 판매는 권 사장이 하고 유니버설측은 광고와 마케팅을 맡는 전략이다. "세계적 브랜드인 유니버설의 유일한 의류캐릭터인 만큼 우선 고급시장을 먼저 뚫을 계획"이라는 권 사장은 "첫해인 올해 5천만달러를 계획하고 있지만 2∼3년 안에 수억달러의 매출이 무난할 것"으로 기대한다. 맨해튼에서 차로 한시간 반 거리인 필라델피아 근교에 있는 팔콘베이라는 의류회사.뚱뚱하거나 키 큰(Big & Tall) 사람들을 위한 옷을 만드는 전문회사다. 이 회사의 리처드 디로사 사장은 "키 1백90㎝ 이상,몸무게 1백20㎏ 이상인 사람들이 대상"이라며 "미국 경제가 호전되면서 이 시장도 급팽창하고 있다"고 귀띔한다. 지난 1980년대초만 해도 미국 성인인구의 10%였던 이 시장이 91년 20%로 늘어났고 요즘엔 25%선에 육박한다는 것. 미국 전역에 전문매장만 4천8백개나 있을 정도다. 팔콘베이가 설립된 것은 지난 98년 12월. 2000년 한국에서 날아온 김남휘 부사장이 파트너로 참여하면서 성장이 본격화됐다. 3백80만달러에 불과하던 매출이 3년 만에 1천2백만달러로 늘어나는 등 벌써 메이저급으로 성장했다. 한국에서 원단수출업을 하다 이 회사에 합류한 김 부사장은 "몇년전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의류전시회에서 디로사 사장을 만나 동업을 결심했다"며 "이 시장은 경제가 발전할수록 커지는데다 가격이 비싸도 수요자가 살 수밖에 없는 유망 틈새시장"이라고 말한다. '이소룡 브랜드'나 'Big&Tall' 모두 고급 시장을 노리는 만큼 제품은 거의 대부분 품질이 보장되는 한국에서 만들어 들여온다. 섬유인들의 아이디어와 순발력이 한국 수출증대로 이어지는 셈이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