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라 발생한 돼지콜레라와 구제역에도 불구, 삼겹살 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공급물량이 30%가량 줄어든데 반해 소비 감소폭은 10%선에 그치고 있어서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구제역 발생으로 돼지고기값이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도매공급가격은 계속 오르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냉장 하이포크 도드람 등 육가공업체들이 공급하는 삼겹살도매가격은 현재 ㎏당 최고 9천5백원에 이른다. 이는 지난달 초보다 1천∼1천3백원 오른 것으로 사상 최고 수준이다. 삼겹살 성수기로 접어들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6월중에 ㎏당 1만원선을 돌파, 한우 지육(뼈를 발라내지 않은 상태의 고기덩어리)가격에 육박할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3천50원선이던 돼지 지육가격 역시 5월 들어 3천1백80원으로 오르는 등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일본이 구제역 발생 등으로 한국산 돼지고기 수입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삼겹살 이외 부위의 재고가 급증하자 도축업체들은 도축 물량을 30% 가량 줄였다. 하이포크 관계자는 "지난달 2천두에 달했던 하루 평균 도축량이 구제역이 발생한 뒤 1천4백두로 줄었다"며 "국내 판매량의 80%를 차지하는 삼겹살 목심 등은 당분간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LG유통 관계자는 "국민들이 선호하는 삼겹살은 1백㎏짜리 돼지 1마리당 10㎏밖에 나오지 않는다"며 "돼지고기 수출이 막히면 도축 물량도 줄어 삼겹살 품귀현상이 빚어지기 쉽다"고 말했다. 삼겹살가격 폭등으로 유통업체들에도 비상이 걸렸다. 산지 계약농가로부터 직접 가져오는 물량을 늘리는가 하면 닭고기 오리고기 등 대체육류 주문량을 늘리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구제역 청정지역으로 지정된 제주도 축산단지에서는 돼지고기를 구하려고 바이어들이 진땀을 흘리고 있다"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