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업계의 국제적 라이벌인 삼성전자와 소니가 양자간 협력을 날로 강화하고 있어 주목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7일 "고급 DVD콤보를 다음달부터 연간 15만대 목표로 소니에 OEM(주문자 상표부착생산) 방식으로 공급키로 했다"고 밝혔다. 고급 DVD콤보(모델명 DVD-V2500)는 전년도 히트작인 '콤보'를 업그레이드시킨 것으로 국내에서도 하루 전날 공개한 신제품이다. 소니는 이 제품을 내수시장뿐 아니라 수출에도 투입하겠다며 미국형 모델도 만들어달라고 요청했으나 삼성은 자사의 수출 노선과 겹친다는 이유로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VCR부문에서도 협력이 강화되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만든 VCR 1백50만대에 자사 브랜드를 달아 일본 내수용과 미국 수출용으로 가져갔던 소니는 올해 주문량을 3백만대로 늘렸다. 삼성전자가 만든 VCR를 소니 브랜드로 유럽까지 수출하기 위해서다. OEM공급을 포함하면 삼성전자는 현재 세계에서 VCR를 가장 많이 만드는 회사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미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적 VCR 메이커인데다 비디오기기 OEM은 10% 마진이 보장되는 고수익 사업이므로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소니가 고급 DVD콤보를 사갈 때 삼성에 지불하는 가격은 국내 판매가격인 79만원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도 이에 화답,전날 공개한 DVD플레이어 4기종 중 세 모델(포터블DVD플레이어·고급DVD콤보·DVD-HDD리코더)의 저장장치로 소니 메모리스틱을 채택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출시한 초소형 디지털캠코더 신제품(VM-B1900)에도 메모리스틱을 탑재했으며 지난주 출시한 '센스P10'에도 노트북PC로는 처음으로 메모리스틱을 내장했다. 이에 따라 캠코더 DVD 노트북PC는 소니와 삼성전자 제품간에 호환이 가능하게 됐다. 이는 메모리스틱의 보급 기반을 크게 넓히는 것이기도 해 차세대 저장장치 표준 채택을 놓고 도시바의 메모리카드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소니측에 삼성전자는 든든한 원군이 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소니는 원가 경쟁력을 따져 VCR 생산설비와 인원을 정리했지만 삼성전자는 여전히 이 사업에서 7% 이상의 높은 마진을 얻고 있기 때문에 OEM은 서로에게 이득"이라고 설명했다. 메모리 카드와 관련해서는 "미래 전자산업은 기술 표준 선점이 관건이기 때문에 세계적 유통망과 명성을 가진 소니만큼 좋은 파트너가 없다"고 말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