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가 정치권의 소용돌이로 인해 벌써부터 걱정이다. 선거정국과 맞물려 자칫 경제흐름이 왜곡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부쩍 높아지고 있다. 일부벤처 기업에 정치권이 개입된 사실이 밝혀진데 이어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의 하나인 포스코마저 지난해초 타이거풀스 주식 20만주를 사들이는 과정에서 정치권으로부터 직.간접적인 압력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업을 보는 국민들의 눈도 곱지 않다. 대통령이 집권 여당을 탈당하면서 정치적 구심점이 사라진데 따른 혼란이 야기될 경우 경제에 주름살이 더해질 것이란 지적도 적지 않다. 경제계의 고민은 크게 2가지로 압축된다. 정치논리에 밀려 시급한 경제문제가 표류하지 않을까 하는 점과 정치자금을 둘러싼 정치권의 지원요청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당장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5단체 대표들이 7일 긴급 조찬모임을 갖고 "대통령의 탈당에 즈음한 경제계 의견"이란 공동성명을 발표한 것도 이같은 우려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집권말기에 대통령이 탈당한 일은 전에도 있었지만 이번처럼 경제단체가 긴급 대책을 논의한 것은 이례적이다. 대통령 탈당을 계기로 정치권이 소모적인 정쟁을 지양하고 국가적 행사인 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와 민생안정에 매진해달라는 것이 단체장들의 주문이다. 경제계의 이같은 호소는 정쟁이 벌어질 경우 경제문제는 뒷전으로 밀려날 수 밖에 없다는 절박한 심정을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또 선거가 다가오면서 정치권의 유.무형 압력이 더해질 경우 기업인들이 글로벌 경쟁상대와 맞서 경영활동에 전념할 수 없다는 현실인식도 담겨 진 것으로 풀이된다. 더구나 하이닉스반도체 문제 처리 등 경제적 난제도 산적해 있는 상황이다. 한 대기업의 K부사장은 "각종 게이트는 물론 철저히 파헤쳐야 겠지만 한편으로는 정치권이 경제문제해결과 월드컵 행사준비에 앞장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국가운영의 청사진이 필요한 때"라는 지적이다. 재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요즘 정치권의 각종 후원회 행사가 부쩍 늘어 기업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정치권으로부터 후원요청이 들어오면 그룹 재무팀에서 취합해 처리한다"며 "특정 계열사에 부담이 집중되지 않도록 안배하는게 구조조정본부의 주요업무중 하나"라고 밝히기도 했다. 손병두 전경련 부회장은 "선거열기가 뜨거워질수록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 수 있는 정책대결을 펼치고 경제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희식 기자 hssoh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