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분쟁 해결 방법은 강제적 방식인 민사소송 외에 당사자간의 자주적 방식인 화해.조정.중재 등이 있다. 중재(仲裁,arbitration)란 당사자간의 합의로 사법상의 분쟁을 법원의 재판이 아닌 중재인의 판정으로 해결하는 절차다. 중재를 통해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법률관계에 관해 당사자간에 이미 발생했거나 장래에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의 전부 또는 일부를 중재에 의해 해결하도록 하는 당사자들의 합의인 중재합의가 있어야 한다. 중재합의는 법률관계의 기초가 되는 계약서에 중재조항을 두거나, 분쟁이 발생한 후에도 당사자간에 중재합의를 할 수 있다. 그런데 계약서에 중재조항을 두었지만 중재조항이 과연 중재합의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최근 공사시공업자인 A사는 공사도급업자인 B사를 상대로 추가공사를 했다면서 도급계약서에 중재조항이 있다는 것을 근거로 대한상사중재원에 추가공사대금의 지급을 요청하는 중재를 신청했다. 그런데 위 도급계약서 제51조는 "(1)계약 수행중 계약 당사자간에 발생하는 분쟁은 협의로 해결한다. (2)분쟁이 발생한 날부터 30일 이내에 제(1)항의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땐 다음 각호에서 정하는 바에 의해 해결한다. 1.관계법률의 규정에 의해 설치된 조정위원회 등의 조정이나 중재법에 의한 중재기관의 중재에 의한다. 2.제1호의 조정에 불복할 경우에는 B의 소재지를 관할하는 법원 판결에 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B사는 위 중재절차를 진행함에 있어 위 도급계약서 제51조의 중재조항은 장래의 분쟁을 오로지 중재로만 해결하겠다는 의사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원고와 피고간에 유효한 중재합의가 없으므로 A사의 신청으로 진행되는 중재절차는 위법하므로 중재신청을 거절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대한상사중재원이 중재조항이 유효하다며 중재절차를 계속 진행하자, 관할법원에 위 중재절차가 적법하지 않다는 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중재합의는 분쟁을 국가법원에 의한 소송절차가 아닌 사인의 중재를 통해 해결하기로 한 합의라며, 합의가 유효하려면 그 내용이 국가법원에 의한 소송제도의 이용을 완전히 배제하고, 오로지 중재에 의해서만 분쟁을 해결할 때 비로소 유효한 중재합의라고 할 것인데, 위 도급계약서 제51조는 선택적으로 조정이나 판결에 의한 분쟁의 해결을 예정하고 있으므로 위 약정만으로는 소송제도의 이용을 완전히 배제하고, 오로지 중재에 의해서만 분쟁을 해결하기로 한 약정이라고 볼 수 없어 이를 유효한 중재합의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위 판결은 현재 서울고등법원에 소송이 계속 중이지만 중재를 통해 손쉽게 분쟁을 해결하려는 A사의 의도는 빗나갔다. 따라서 중재로 분쟁을 해결하려면 계약서에 분쟁을 중재에 의해서만 해결한다는 중재조항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백현기 < 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