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현물가격의 내리막 경사가 급해지고 있다. 예상외로 심한 `조정'을 받던 터에 하이닉스-마이크론 협상결렬이라는 악재가 터지면서 하락폭이 갈수록 커지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고정거래가격 역시 인하압력에 시달릴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3일 전자상거래를 통해 메모리반도체 거래를 중개하는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이날 오전 아시아 현물시장에서 거래된 128메가(16Mx8 133㎒) D램은 개당 2.70∼3.20 달러(평균가 2.80달러)로 전날보다 3.11% 하락했다. 128메가 D램이 개당 2.8달러대까지 내려간 것은 5개월만의 일이다. 256메가(16Mx16 133MHz) D램 가격 역시 개당 7.90∼9.20달러(평균가 8.68달러)로 전날보다 1.13% 내리는 등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고 잘 나가던 DDR 제품도 일제히 약세로 접어들었다. D램 현물가의 이같은 급락세는 일단 하이닉스-마이크론 협상결렬에 따른 심리적 충격이 반영된 측면도 있지만 그보다는 2.4분기 수요부진이 예상외로 심각한데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외국계 애널리스트는 "하이닉스 효과가 기폭제로 작용하고는 있지만 D램시장 약세의 주된 원인은 수요부진으로 봐야한다"며 "3.4분기부터 조심스런 반등이 기대되지만 예상외로 급격한 회복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다른 업계 전문가는 "하이닉스 매각협상이 무산되면서 D램업계의 고질적 병폐인 공급과잉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2일 오후 마이크론이 협상결렬을 공식발표한 이후 북미시장은 물론 아시아 현물시장에서도 브로커들의 물량투매가 이어지면서 128메가 D램이 최저가 기준으로 2.2달러까지 추락, D램 현물시장에 패닉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현대증권 우동제 애널리스트는 "일반인이 접하는 128메가 D램 가격은 여전히 3달러 전후반대의 가격을 유지하고 있지만 상당수 물량이 이미 2.2달러에 거래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물시장 불안이 이달말까지의 단기적 여파에 그칠 뿐, 중장기 관점에서 D램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견해가 아직까지 우세한 편이다. 현물시장에 대한 우려감으로 현재 128메가 D램 기준으로 개당 4달러 중반인 고정거래가격도 인하압박을 받고 있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미 4달러대가 붕괴돼 3달러대로 내려간 업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일부 심리적 영향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지난달부터 단기 조정차원에서 업체마다 3∼5% 내린 것외에는 변화가 없다"며 "특히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인 수요회복과 맞물려 가격이 다시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주식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3일 전날보다 9천500원(2.5%) 내린 37만2천원을 기록했으며 마이크론 주가는 23.36달러로 전날보다 1.34달러(5.43%) 떨어졌다. 인피니온은 대만의 난야 테크놀로지와 D램 부문의 제휴를 위한 양해각서(MOU) 발표에도 불구, 0.7% 하락했으며 대만 D램업체들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기자 rhd@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