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처리방향을 놓고 정부.채권단과 회사의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와 채권단은 하이닉스의 독자생존 가능성이 불투명한데다 추가 부채탕감이나 신규지원에 대해 불가하다는 입장을 내세우며 매각 재추진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있는 반면 회사측은 비메모리 매각을 통한 독자생존을 추진하고 있다. 전윤철 부총리 겸 재경부장관은 1일 "하이닉스의 독자생존이 불가하다는 전제가서면 신규 자금지원은 안되는 것 아니냐"며 "기존 부채탕감도 신규지원에 포함된다"고 말하고 "해외매각이 최선이기 때문에 협상이 4개월이상 계속된 것"이라고 언급해매각 재추진 여지를 열어두었다. 정건용 산업은행 총재도 "하이닉스는 매각이 유일한 대안이며 독자생존 주장은착각에 불과하다"면서 "곧 채권단이 이에 대한 논의를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외환.한빛.조흥은행 등 `빅4' 채권은행들은 전망이 불투명한 하이닉스의독자생존을 위한 추가 부채탕감이나 신규 지원 등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정부와 채권단의 이같은 입장은 마이크론과의 하이닉스 매각협상이 어이없게 무산됐지만 현재로서는 매각추진 이외의 별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채권단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2조9천억원 어치의 전환사채(CB)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소액주주들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하이닉스의 대주주가 될 수 있어 이번처럼 이사회 관문통과 등의 어려움 없이 매각을 추진할 있다는 판단이다. 채권단은 하이닉스 이사회가 지난달 30일 매각 양해각서(MOU) 동의안을 부결시킨 주요 사유가 매각 자체라기 보다는 채권단이 제시한 잔존법인 생존방안의 부실과매각대금의 과다책정 등이라는 점을 매각 재추진과 관련해 주목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하이닉스는 독자생존을 위한 자구계획으로 내년까지 비메모리부문을분리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하는 등 채권단과는 여전한 입장차이를 보이고 있다. 회사측은 올해와 내년 반도체 평균가격이 4달러 수준을 유지하면 2005년까지 회사 자체 현금으로 투자와 부채상환이 가능하고 3.3달러일 경우도 2003년까지는 심각한 자금난을 겪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같은 정부.채권단과 회사측의 입장을 종합할 때 향후 반도체 가격 등 반도체산업의 여건 변화가 하이닉스의 매각과 독자생존을 가르는 가늠자가 될 수 있고 채권단이 매각 재추진으로 방향을 잡아간다 해도 신속한 결론을 내리기는 쉽지 않을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조만간 채권단회의를 거쳐 하이닉스와 관련된 시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 대안을 제시할 것"이라며 "매각 재추진이나 독자생존 등을 모두 검토하겠지만 신규 지원을 수반하는 방안은 대안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하이닉스의 유동성이 나쁘지 않기 때문에 당장 법정관리나 청산 등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한승호기자 h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