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옛 한국통신)가 소유분산과 전문경영인 체제를 확립하면 민영화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 분산형 소유구조하에서는 경영혁신을 소신껏 추진하기 어렵고 책임경영체제가 확립되지 않을 경우 자칫 방만한 경영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소유구조(ownership) 못지 않게 경영자 견제장치인 지배구조(governance)를 어떻게 잘 정비하느냐가 중요한 과제로 대두된다. 또 공정한 경쟁환경을 조성하고 공기업 특유의 기업문화와 조직의 비효율성을 극복하고 나서야 민영화가 성공했다고 볼수 있다. ◆지배구조가 관건=한 경제학자는 KT 민영화와 관련해 솔직한 견해를 이렇게 털어놓았다. "4∼5년간의 재벌 개혁이 많은 성과를 거뒀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더 남았다.KT는 분산형 소유구조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하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기업문화에서 분산형 소유구조가 제 기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재벌 및 전문경영인 체제의 장점을 잘 조율해야 하겠지만 이것도 쉬운 문제는 아니다" 정확한 지적이다. 그래서 더더욱 세련되고 잘 짜여진 지배구조를 통해 소유분산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를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경영자가 기업가치 극대화에 전력할 수 있도록 주주총회 이사회 감사 인수·합병시장 기관투자가 등의 견제장치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지난 2000년 매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기관투자가의 75%가 기업실적만큼이나 이사회 활동을 중시하고 있다. 또 훌륭한 지배구조를 갖춘 기업에는 프리미엄을 지급할 용의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수한 지배구조가 기업가치를 높인다는 것이다. ◆공정경쟁 환경 조성=KT는 정부 국회 감사원 등으로부터 각종 규제와 감독을 받아 왔지만 어느 정도 정부의 보호막 속에서 성장해 온 것도 사실이다. 한 통신업체 관계자는 "미국 일본의 경우 최근에야 시내전화 사업자가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도록 허용한 데 반해 우리나라는 이런 규제가 없었다는 것이 정부 보호의 한 예"라고 지적했다. SK텔레콤 등 경쟁업체들이 정부 우산 아래의 현재 모습대로 KT의 민영화가 이뤄지면 생존기반이 무너진다고 우려하는 것도 일면 타당하다. 공정경쟁 환경을 정비하는 것은 KT가 경쟁력을 쌓아가려는 노력을 유도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또 조직내에서 새로운 기풍을 불어넣어 '잠자는 공룡'을 '뛰는 공룡'으로 만드는 일도 중요하다. KT는 유·무선 네트워크 인프라,콘텐츠,두터운 통신 인력층 등 자산은 충분하지만 공기업이라는 한계 때문에 이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이를 위해서는 민영화 이후 외부로부터의 탄력적인 인력 수혈,실적 위주의 인사 등을 통해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는 작업이 과감하게 추진돼야 한다. ◆정부의 불간섭 의지=이봉호 서울여대 교수(경제학)는 "정부가 인위적으로 통신시장 경쟁체제를 만들고자 하는 것은 배격돼야 한다"며 "규제의 룰을 만들고 감시하는데 그치고 나머지는 시장원리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민영화 이후에도 경영에 사사건건 간섭하려 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는 지분이 없다고 해도 규제권을 갖고 있어 쉽게 경영 간섭의 유혹을 받게 된다. 경영에는 일절 간여하지 않는다는 정부의 결연한 의지가 KT 민영화 성공의 최후 보루다. 장규호 기자 sein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