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아시아의 수출대국입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한국은 아시아에서 수출대금을 가장 회수하지 못하는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세계적 채권추심회사인 미국 ABC의 하비 허러 회장(69). 최근 시장조사차 한국을 찾은 그는 29일 기자와 만나 이같이 지적하고 "한국기업은 미수채권과 관련된 수출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러 회장은 "한국은 ABC에 수출대금 회수를 의뢰하는 나라중 규모면에서 3위"라며 "이는 한국 기업이 채권추심에 관한 정보와 교육에 무관심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한국 수출업체들은 업체간 과당경쟁과 채권회수에 대한 노하우 부족 등으로 부실채권비율이 3∼5%에 이르고 있다"면서 "이는 1% 이하인 미국에 비해 크게 높은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기업의 수출 중 95% 이상은 신용으로 이뤄지는 반면 한국기업의 수출중 40%는 L/C(신용장) D/P(지급도조건) 등 은행보증을 받아 이뤄지고 있다"며 "은행보증에도 불구하고 한국기업의 부실채권비율이 미국기업의 3배 이상인 것은 낙후된 채권추심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허러 회장은 한국기업이 채권회수를 못하는 이유를 △부실채권을 자체적으로 회수하려다 악성 채권을 만들고 △장기간 거래한 바이어를 지나치게 믿고 △바이어의 신용을 철저히 조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허러 회장은 "기업들은 항상 주문을 문서로 받아야 하며 외상거래는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바이어가 외상거래를 요구하는 것은 은행에 대출을 요구하는 것과 같다"며 "수입업자의 재무정보를 꼭 파악해두라"고 주문했다. 또 "6개월에 한번씩 신용조사를 해 바이어에 대한 외상한도를 새롭게 설정하라"고 충고했다. 한국을 포함한 세계 7개국에 지사를 두고 있는 ABC사는 지난해 2천6백만달러의 부실채권을 회수했다. 한국사무소는 지난 98년 발족했으며 한국수출보험공사 신용보증기금 무역협회 등과 수출대금 추심거래를 해오고 있다. 최철규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