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얻으려 안간힘을 써온 아르헨티나의 경제장관이 또 사퇴하자 IMF에 대한 비난여론이 비등해지고 있다. 특히 앞서 무분별하게 돈을 빌려줘놓고 이제 구제금융을 호소하는 아르헨티나에 과도한 요구조건을 내거는 IMF의 행태에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호르헤 레메스 레니코프 아르헨티나 경제장관이 IMF 구제금융을 얻지 못한데 책임을 지고 지난 23일 물러나자 좌파행동주의자들과 실업자단체, 인권단체들이 IMF의 아르헨티나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를 재개했다. 이번에는 남미의 정치인들과 재계단체외에 워싱턴의 저명한 애널리스트들도 항의대열에 가세했다.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경제.정책연구센터의 마크 와이스브롯 소장은 아르헨티나가 IMF의 구제금융 조건을 수용하면 경제난이 가중될 것이라며 이제 IMF를 잊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IMF를 19세기에 제국들이 식민지에 빚을 받으려 보낸 포함에비유했다. 그는 IMF의 최근 행태가 아르헨티나의 디폴트(채무불이행)선언을 응징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됐다는 견해에 공감을 표시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프로빈시아 은행의 로베르토 프란켈 행장은 최근 뉴욕의 한 회의석상에서 이같은 의문을 제기했다. 아르헨티나를 응징하지 않은 채 지나가면 다른 개도국들에 제공할 차관의 재원이 부족해질 뿐 아니라 원리금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게 IMF의 외형상 논리라고 프란켈 행장은 지적했다. 아르헨티나는 지난주 무역흑자를 내 수입대금 지불 능력이 생겼으나 1천410억달러에 이르는 공공부채는 감당할 수 없는 처지에 놓여있다. 따라서 더 나은 해결책이 없는 상황에서 에두아르도 두알데 대통령으로서는 레메스 레니코프 경제장관을 경질하고 IMF의 요구조건을 받아들이면서 국제금융시스템의 틀 속에 머무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이 없었다. 두알데 대통령은 "아무런 대안이 없다"고 실토했다. 레메스 레니코프 장관이 워싱턴 `특별임무'를 완수하지 못해 사퇴하고 4명의 후보가 고사한 끝에 로베르토 라바냐 유럽연합(EU)주재 대사가 새 경제장관에 취임했으나 그의 앞길은 첩첩산중이다. IMF는 당초 지난 2000년 12월 경제위기로 신음중이던 아르헨티나에 400억달러의 차관을 공여키로 하고 작년 8월까지 두차례에 걸쳐 총 217억달러를 제공했다. 그러나 46개월째로 접어든 경기침체로 노동인구의 22%가량이 실업상태에 있으며 3천600만 인구 중 1천400만명이 빈곤선 아래에서 허덕이고 있다. 최근 워싱턴에서 열린 IMF.세계은행 춘계 합동총회에서 아르미니오 프라가 브라질 중앙은행 총재와 페드로 말란 경제장관은 아르헨티나에 대한 IMF의 요구가 과도한데다 지원에 너무 소극적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아르헨티나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을 가속화하는 프로그램을 조속히 실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BCP증권의 수석 애널리스트인 월터 몰라노는 이제 아르헨티나가 IMF의 대안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IMF는 한때 `모범학생'으로 불린 아르헨티나에 대해 구제금융을 받으려면 ▲중앙정부가 24개 주정부와 재정지출감축협정을 체결하고 ▲도산법을 개정하며 ▲인플레 퇴치책을 강구하라는 3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두알데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지난 24일 주지사들과 균형재정 달성을 위한 14개항의 협약을 마련했다고 발표한 데 이어 폴 오닐 미국 재무장관도 이를 높이 평가한 만큼 IMF의 추후 행보가 주목된다. (워싱턴 AF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