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매각방안(마이크론과의 조건부 MOU)에 대한 채권단의 결정과 이사회 통과여부가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는 가운데 매각을 둘러싼 찬반논쟁이 뜨겁다. 특히 헐값시비까지 일어나고 있어 앞으로의 상황전개에 따라서는 이 논쟁이 더욱 가열될 조짐도 보인다. 혹자는 이런 논쟁을 두고 '금융논리'와 '산업논리'간의 대립이라고 한다. 불확실성 제거와 국가신용도를 말하며 매각을 주장하는 쪽은 '금융논리'라는 것이고,반도체산업의 미래와 연관산업 측면을 주장하며 대안도 생각해야 한다는 쪽은 '산업논리'라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제대로 된 금융논리와 산업논리가 작동하는지 의문이다. 우선 금융논리라고 하지만 채권단의 자율적 금융논리라고 보는 이는 없다. 채권단에 대한 정부의 지분이나 영향력은 금융논리가 곧 재경부와 금융감독원의 논리임을 말해준다. 그렇다면 산업논리는 어떨까. 하이닉스,장비ㆍ재료 등 협력업체,과학기술자,시민단체,그리고 노조의 경우는 독자생존론이라는 산업논리가 물론 있다. 하지만 정작 정부의 산업논리는 어디에도 없다. 한때 산자부장관이 여러가지 대안을 생각할 수 있다고 한마디 한 것이 고작이었을 뿐 MOU의 내용이 밝혀진 지금은 아무런 말이 없다. 현재의 이런 모습은 어떻게 보면 거꾸로 됐어야 하는 건지도 모른다. 단기적이면서 위험을 기피할 수밖에 없는 민간의 냉정한 금융논리가 있고,여기서 혹시라도 국가 산업적으로 미처 생각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면 정부의 산업논리가 더해져 해결책을 찾아가는 모습이 바로 그것이다. 어쨌든 지금의 모양새는 불행히도 그렇지가 못하다. 하지만 이를 십분 감안하더라도 산자부 정통부 과기부 등 산업관련 부처들의 침묵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 이들이 반도체산업의 경쟁력,메모리와 비메모리의 포트폴리오,연구개발과 인력육성을 말하던 바로 그 부처들이라면 무슨 입장표명이라도 있는 게 당연한 것이다. 물론 산업논리 측면에서 봐도 독자생존이 아니라 매각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얼마든지 판단할 수 있다. 그렇다면 더더욱 이에 대한 비전과 생각을 밝히는 것이 좋다. MOU가 발표되자 불확실성이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높아진 데는 매각에 대한 동의여부의 불확실성 때문만은 아니다. 매각 이후 하이닉스의 모습이 산업적 측면에서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생각하는 탓도 큰 것이다. 논설ㆍ전문위원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