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 전야의 고요속에서 아르헨티나 경제의 새 사령탑에 오른 로베르토 라바냐(60) 신임 경제장관은 기업에 오래 몸담아 온 경영컨설턴트 출신의 자유시장주의자이다. 지난 80년대 라울 알폰신 정권시절 산업통상장관을 역임한 뒤 공직을 떠났다가 이번 새 경제장관에 임명되기전까지 유럽연합(EU)과 세계무역기구(WTO)의 아르헨티나대사를 지냈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지난 75년 경영컨설팅업체인 에코라티나 연구원을 거쳐 대학교단에 잠시 서기도 했으며, 알폰신 정권시절의 장관직을 제외하고는 여러 기업체의 경영자문역을 맡아왔다. 산업통상장관 재직시에는 남미지역 경제공동체인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의 산파역을 맡기도 했으며, 에두아르도 두알데 대통령도 이 점을 높이 평가해 그를 새 경제팀의 수장으로 발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르헨 정부가 지난해 12월초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선언하고 예금인출 제한조치를 취한 이래 5개월만에 6번째 경제장관에 오른 그의 앞길은 더이상 실수나 좌절이 용납되지 않는 가시밭길이 될 수밖에 없다. 우선 아르헨 정부의 대대적인 경제개혁을 촉구하며 사사건건 `성질 급한 시어머니' 역할을 해온 국제통화기금(IMF)을 설득하고 외국투자가들에게 신뢰를 심어주는 일이 급선무이다. 두알데 정부가 최근 주정부들과 재정지출 삭감과 공공부문 근로자정리해고 등 14개항에 걸친 경제개혁안에 합의, IMF를 설득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은 그로서는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초긴축에 대한 국민저항이 드셀 경우 합의사항 이행여부가 불투명한데다 최근 생필품값이 치솟는 등 인플레 심리의 재연으로 두알데 정부가 환율안정을 위해 고정환율제를 재도입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IMF의 신경을 자극하는 점은 그에게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은행예금 강제채권화와 확정판결때까지 모든 예금의 동결조치 등으로 일단 금융파탄의 위기는 넘겼으나 수개월간 지속된 예금동결로 분노한 민심을 다스리는 것도 사실상 그의 몫이다. 이런 이유들로 일부 현지언론은 그가 물러난 호르헤 레메스 레니코프 전 경제장관으로부터 '독배(毒盃)'를 물려받았다고까지 표현하고 있다. 하버드 경제학파인 그는 임명직후 기자회견에서 "오늘날 아르헨티나의 위기상황은 원칙과 비원칙의 난무와 기득권을 고수하려는 좌.우파간의 극심한 대립이 가져온결과"라며 대립불퇴전의 각오로 금융위기 극복와 경제회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우려스런 점은 지난 30년간 라바냐 신임 경제장관의 경제경험이 기업경영이나 무역에만 치우쳐 있다는 것으로, 이 때문에 그의 비전공 분야이자 풀기 어려운 수수께끼와도 같은 재정과 금융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에 아르헨 국민은 물론 국제사회가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성기준특파원 bigp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