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발언으로 관심을 끌어온 박승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안팎의 고민거리에 둘러싸였다. 특유의 '직설법'이 갈수록 조심하는 '완곡화법'으로 다소 바뀌어가는 양상이다. 특히 박 총재가 '견제와 협력'으로 규정한 정부와의 관계도 강영주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의 임기중 교체(증권거래소 이사장 전출) 파문으로 미묘한 분위기다. 이 문제는 한은과 금통위의 위상을 새삼 돌이키게 하는 화두로 떠올랐다. 금통위원 교체에 대한 재정경제부의 '입김'과 한은 직원.노조의 강한 반발 사이에서 박 총재는 포지션을 잡아야 할 상황. 금리 문제를 박 총재가 외곬로 몰고간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박 총재가 '시장은 금리 인상에 대비해야 한다'는 식으로 단언한데 대해 한은 관계자는 "앞장서 금리인상 논리를 펴 향후 경기가 만에 하나 후퇴하면 한은이 덤터기를 쓸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정부와 재계에서는 '좀더 두고보자'는 신중론이 만만치 않다. 시장에선 박 총재의 발언에 대해 장.단기 금리차 확대라는 '합리적 기대'로 반응했다. 금융계 인사는 "금융은 깨지기 쉬운 날계란과 같은데 총재의 발언 수위는 건설행정가라는 전력을 떠올리게 하는 측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최근 외국인들의 주식 순매도 원인을 경제 수장(首長)들의 색깔 차이에서 찾는 시각도 있다. 전임 '진념 부총리-전철환 한은 총재'에 비해 '전윤철-박승'의 파트너십에 대한 외국인들의 신뢰가 아직 형성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