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글로벌경제의 스탠더드(기준)가 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4일 EU의 법과 규칙이 농산물 인터넷 자동차 등 거의 모든 산업에서 미국규정을 제치고 세계경제의 룰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15개 회원국 연합체인 EU가 다른 국가와 지역보다 더 강력한 소비자 및 환경보호 단일기준을 제정,역내뿐 아니라 EU에 진출하는 역외기업들에도 적용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이 EU와의 교역 및 시장진출을 위해 EU기준을 수용하고 있어 EU의 경제·산업규정은 빠른 속도로 글로벌 스탠더드화되고 있다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실례로 EU는 얼마전 지프의 앞뒤 범퍼에 알루미늄 및 쇠막대(불바) 설치금지령을 내렸다. 사고시 행인에게 위험하다는 이유에서였다. EU의 이 규정은 앞으로 미국 일본 등 다른 자동차업체들에도 적용된다. EU는 또 유전자변형 농산물이 포함된 식품에 대해서는 유전자변형작물의 함유여부와 정도를 표기하도록 규정했다. 세계 각국은 EU와 장사를 하기 위해 EU규정을 따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개인의 온라인 프라이버시 보호에서도 EU기준이 미국기준을 제치고 글로벌룰이 됐다. EU가 기업들이 고객정보의 입수내역과 용도를 엄격히 제한하는 법을 제정하자,유럽인을 주요 고객으로 갖고 있는 미국기업들이 EU규정을 전격 수용,EU의 온라인 프라이버시보호법이 국제표준이 됐다. EU룰은 독점금지분야에서도 글로벌스탠더드로 자리매김했다. 작년 미국정부는 제너럴일렉트릭(GE)과 하니웰간의 합병을 승인했다. 하지만 EU가 자체 반독점법에 따라 양사의 합병을 거부,무산시켰다. 미국기준에 맞더라도 EU기준에 맞지 않으면 합병도 안되는 세상이 된 것이다. 이처럼 EU의 룰이 글로벌스탠더드가 되자 EU본부가 있는 브뤼셀에는 다국적기업 및 비정부기구들의 사무소와 로비스트가 몰려들고 있다. 10년전 수십개에 불과하던 다국적기업및 비정부기구 사무소는 현재 1천4백개가 넘고,수백명이던 로비스트는 1만명에 달한다. 저널은 그동안 각국 기업들은 미국법과 규정에만 맞추면 세계 어디에서나 사업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EU법과 규정에 따라야 수출과 사업이 가능해졌다고 지적했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