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에너지 대기업 엔론사 회계부정사건에 연루돼 존립이 위태로운 대형 회계법인 아더 엔더슨이 기업파산 전문가를 구조조정책임자로 최근 임명, 파산 수순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추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2월 아더 앤더슨의 구조조정감독위원장으로 위촉된 폴 볼커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이 회사가 회생하려면 "기적"이 일어나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회사측은 22일 기업파산 전문가를 사내 구조조정책임자로 앉힌 것은 파산 준비를 위한 게 아니라고 강력히 부인했다. 아더 앤더슨은 이에 앞서 뉴욕 소재 `알바레스 & 마살'의 브라이언 마살씨를 구조조정책임자로 임명했다. 이런 가운데 형사소추를 모면하기 위한 정부와의 협상이 무위로 끝나면서 고객 이탈이 지속되자 관련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앤더슨의법정관리 신청 가능성을 둘러싼 추측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앤더슨의 대변인 댄 힐은 22일 법정관리 신청 가능성을 거듭 강력히 부인했다. 힐 대변인은 마살 씨가 지난 3월말에 구조조정책임자에 임명됐다며 그의 임무는 볼커 전 FRB의장이 제시한 구조개혁을 이행하고 회사의 재정형편에 맞춰 비용을 절감토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파산을 준비하고 있지 않으며 유동성 위기도 없다"면서 "우리가 정말 하려는 것은 부채조정과 구조개편 및 영업방식의 근본적 개선"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볼커 전 FRB의장은 이날 앤더슨에 대해 큰 희망을 걸지 않고 있음을 내비쳤다. 그는 그러나 앤더슨의 구조조정감독위원장을 그만둘 것이라는 항간의 추측에 대해서는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볼커씨는 자신의 뉴욕 사무소를 통해 짤막한 발표문을 내 "구조조정위원회는 할수 있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을 명시한 몇가지 조건을 제시했으나 현 단계에서 이들조건은 충족되지 않았다"며 "기적을 바랄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앤더슨은 국내에서는 물론 해외에서도 최근 몇주사이에 제휴사들이 경쟁사 쪽으로 대거 이탈함에 따라 영업망이 붕괴되고 있다. 최근 사례 중 눈길을 끄는 곳이 네덜란드인데 앤더슨은 22일 이 곳의 제휴선이 딜로이트와 합병하기로 했다고 확인했다. (시카고 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