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진 <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 국가산업단지는 우리나라 총생산(GDP)의 31%를 점유하고 있다. 지난해 전반적인 경기부진 속에서도 6백44억달러의 수출실적을 기록해 국가 총수출의 43%를 차지했다. 국가산업단지가 우리경제를 견인하는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처럼 막중한 국가산업단지가 산업환경의 변화에 걸맞게 새롭게 변신하고 있다. 지난 60~70년대에 조성된 산업단지의 경우 기반시설의 노후화, 낮은 생산성과 부가가치, 취약한 지원시스템 등으로 디지털경제 시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산업환경의 급속한 변화에 부응하는 경쟁력 있는 산업단지로 거듭나려면 무엇보다 기업들이 대거 밀집된 산업단지를 대상으로 한 구조고도화가 절실히 필요하다. 산업단지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모든 주체, 즉 산.학.연.관 모두가 참여하는 혁신네트워크의 구축을 통하여 연구.개발.디자인.생산.판매의 토털경영 환경을 가꾸기 위해 새로운 접근방식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산업단지공단은 산업단지의 구조고도화를 위한 다양한 지원정책과 함께 전국의 주요 산업단지별로 종합적인 발전계획을 세우고 중점적으로 실천해나가고 있다. 첫 주자로 공단의 일번지 '구로공단'이 나섰다. 옛 구로공단은 2000년 12월 '서울디지털산업단지'로 이름을 바꾸고 구조고도화 정책을 본격적으로 펼친 이후 정보통신기술, 지식.벤처산업 중심의 첨단업종 비율이 63%에 이를 만큼 크게 달라졌다. 인근의 부평.주안단지에도 연구개발, 첨단정보, 지식산업단지로 재배치 작업이 진행중이다. 또 정보화기반이 취약한 중소기업단지를 대상으로 디지털산업단지 구축사업도 한창 추진 중에 있다. 국내 최대의 중소기업단지인 반월.시화단지에 대한 시범사업이 지난해 성공리에 마침에 따라 서울디지털, 인천 남동, 구미, 부산, 광주권역의 산업단지를 대상지역으로 확대해 기존의 아날로그적 전통의 산업단지를 정보화 기반이 탄탄히 갖춰진 산업단지로 디지털화하고 있다. 앞으로는 전국의 모든 산업단지를 글로벌경쟁력을 갖춘 디지털산업단지로 벨트화시켜 초고속 정보통신망 등 기반시설을 확충하고 기술.경영정보와 전자상거래 등을 사이버 공간에서 종합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중소기업의 고비용 물류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산업단지 공동물류망 구축 시범사업으로써 수도권(반월.시화단지)과 동남권(창원단지)에 공동물류센터를 각각 준공하고 입주기업들의 수출경쟁력과 직결되는 물류비 절감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산업단지 차원에서 유통과정을 한층 고도화해 줄 것으로 크게 기대되는 공동물류 지원사업은 2004년까지 중부권(구미단지)과 서남권(여수, 광주단지)으로 단계적으로 확대시킬 계획이다. 이제 산업단지는 기름때와 굴뚝연기가 연상되는 공장들이 모여 있는 단순한 생산기지가 아니다. 연구, 주거, 유통, 문화, 환경기능까지 고려한 복합단지로 재정비되고 국가산업단지를 거점으로 산.학.연.관이 네트워크화돼 기존의 제조업과 첨단 IT산업이 접목된 디지털허브로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노력이 우리나라의 산업구조를 건실하게 하여 내실있는 경제체질을 형성하고 제조업체들의 수출경쟁력을 높이는 인프라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