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전반적인 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국가 산업단지 입주 기업들이 '수출 역군'으로서의 옛 명성을 되찾고 있다. 국가산업단지는 비슷한 업종의 중소기업들이 대규모로 밀집한 거점지역으로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31%와 총수출의 38%, 제조업 고용의 11%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국가산업단지의 각종 경기 지표는 곧 국내 경기 상황을 가늠케 하는 바로미터라 볼 수 있다. 최근 들어 국가산업단지 내 경기가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이사장 이효진)이 지난달 전국산업단지 입주기업 7백50개사를 대상으로 올해 국가산업단지 수출전망을 조사한 결과 응답업체 가운데 81.7%가 올해 수출이 지난해에 비해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중 20%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업체는 전체의 15.5%였다. 반면 감소할 것이라는 업체는 18.3%에 불과해 산업단지 입주 기업들의 올 한해 경기 전망은 한마디로 '쾌청'했다. 특히 2.4분기 경기 전망은 한층 밝다. 1.4분기에는 민간 소비지출 증가로 인해 내수는 호조를 보였지만 기업의 투자심리 위축과 세계경기 회복 지연 등으로 수출 부진이 지속되고 생산은 계절적 요인 등으로 전분기에 비해 소폭 증가하는데 그쳤다. 그러나 2.4분기에는 대외적인 경제 여건이 좋아져 수출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될 전망이다. 미국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보여 수출이 모처럼 부진을 벗어나고 월드컵 특수와 저금리 지속, 주가 및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내수도 지속적인 상승세를 띨 것이란 분석이다. 전국 국가산업단지 공단을 관리하고 있는 산단공에 따르면 2.4분기 국가산업단지의 생산규모는 지난 분기에 비해 4.9% 증가한 47조1천3백억원에 이르고 수출도 3.9% 증가한 1백64억7천7백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신규인력 채용 증가에 따라 고용도 1.4% 증가한 50만1천7백50명에 달하고 공장가동률도 2.4%포인트 높아진 83.9%에 이른다. 경기 회복의 징후가 곳곳에서 나오자 산단공은 올해 국가산업단지의 생산목표를 지난해보다 4.8% 늘어난 1백86조원, 수출목표는 6.8% 증가한 7백억달러로 책정했다. 업종별로는 철강을 제외한 거의 모든 업종의 수출에 청신호가 켜졌다. 전자는 디지털 제품의 해외시장이 확대되고 정보통신 부문의 공급과잉이 해소돼 수출이 늘어나고 기계분야도 세계경기 회복과 대 중국 수출 호조로 전망이 밝다. 운송장비의 경우 북미지역의 다목적 차량 수요가 늘어나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철강은 미국의 긴급 수입제한 조치에 따른 철강제품 관세부과와 엔저 영향 등이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단지별로는 기계 자동차 부품 전자 관련 업종이 주력인 반월.시화 단지와 유화 업체가 많은 울산.온산단지, 전자 정보통신업체가 많은 서울디지털(옛 구로) 구미단지 등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섬유 업종이 주를 이루는 대구의 경우 경기 전망은 그리 밝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인다. 이같은 전반적인 산업단지의 경기 지표의 향상과 맞물려 올들어 산업단지 수출 전선에 한 획을 그을 프로젝트가 진행될 계획이어서 주목된다. 생산 유통 정보 등 산업환경이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 부응하기 위해 산단공 주도로 아날로그적인 전통 산업단지 구조를 디지털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우선 각 산업단지별로 포털사이트를 구축, 입주 기업의 공장정보와 신제품 정보 등을 데이터베이스화해 입주기업들에게 최적의 e비즈니스 환경을 구축할 방침이다. 특히 공동구매와 쇼핑몰 운영, 무역 알선 사이트 운영, 공동물류 연계 등 전자 상거래는 업체들의 매출 개선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산단공측은 "이 프로젝트가 진행되면 전자상거래가 가능해져 기업들의 판매 기회가 늘어나고 구매비용이 절감되는 한편 새로운 수출 활로 개척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모처럼 다시 불붙은 국가산업단지 경기에 디지털 바람이 가속도를 더할는지 주목된다. 김미리 기자 mi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