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CEO(최고경영자)이기 때문에 여성 전문직인 텔레마케터(전화상담원)에 대한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강점을 잘 살려 앞으로 텔레마케터 부문에만 특화된 국내 최고의 인재파견 업체로 거듭 나겠습니다" 텔레마케터만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인력파견업체인 (주)J&B컨설팅의 이수연 사장. 사업은 어떻게 시작했을까. 이 사장은 불과 4년 전만 해도 평범한 전업 주부였다. 남편과 아이들 뒷바라지로 하루 해가 짧을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내면서도 이 사장은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에 항상 사로잡혀 있었다. 당시 용역회사를 운영하던 남편(박흥서 (주)정방시스템 대표이사) 사업을 눈여겨보던 이 사장은 주변에서 '놀고 있는' 고학력 여성인력(가정주부)을 제대로 활용하면 좋은 사업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때마침 '만학도'로 한양대 경영대학원에서 '근로자 파견업의 실태와 발전방향'에 관한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이 사장은 1998년 8월 J&B컨설팅을 설립해 본격적으로 사업에 나섰다. 왜 텔레마케터 파견만 고집할까. "사무직 간병인 등 모든 인력을 파견하는 백화점식 경영은 하지 않습니다. 지금껏 그랬듯이 텔레마케터 부문만 집중적으로 파고들어 어느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전문업체로 태어날 겁니다. 전문화.차별화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죠" 텔레마케터 파견만 고집하면 성장에 한계는 있지 않을까. 이 사장은 단호하게 '노(No)'라고 대답한다. 오히려 텔레마케터 시장 전망을 매우 밝게 보고 있다.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까지 CRM(고객관계마케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자체 콜센터를 운영할 수 없는 중소기업들의 경우 업무 자체를 아예 J&B컨설팅 같은 전문회사에 맡기고 있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텔레마케터대행업 등을 포함한 전체 시장 규모도 올해 6조3천억원에서 오는 2007년 15조원으로 2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게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금까지 기업들은 텔레마케터를 활용한 콜센터를 돈을 쓰기만 하는 부서쯤으로 여겨 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습니다. 기업들의 마케팅전략이 매스마케팅에서 퍼스널마케팅으로 바뀌면서 콜센터도 더이상 비용만 들어가는 'Cost 센터'가 아니라 이익을 창출하는 'Profit 센터'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LG홈쇼핑 삼성카드 LG카드 외환카드 등에 1천3백여명의 텔레마케터를 파견하고 있는 이 회사는 설립 이후 매년 큰 폭의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1999년 10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올해 1백80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성장 비결은 뭘까. 철저한 직원교육을 통한 전문화가 그 열쇠다. 이 사장은 "과거처럼 단순히 전화만 걸고 받던 텔레마케터 시대는 지났다"며 "전문지식으로 무장하지 않으면 살 길이 없다"고 강조한다. 한마디로 텔레마케터의 대량생산시대는 막을 내렸으며 '다품종 소량'의 고부가가치 인력을 양성해 파견하는 것이 경쟁력을 키우는 지름길이라는게 이 사장의 확신이다. 예를 들어 안철수연구소의 텔레마케터로 파견된 직원들은 컴퓨터 부문을, 카드회사 텔레마케터는 소비자 금융부문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어야 고객들의 질문에 효과적으로 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고객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는 것. J&B컨설팅이 50여석의 자체 콜센터를 마련하고 직원교육에 힘을 쏟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텔레마케터를 위한 기초교육은 물론 고객회사들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맞춤교육까지 실시하고 있다. 텔레마케터 전문교육 및 연구기관인 (주)포시엠에도 지분참여를 하고 있다. 이처럼 직원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인센티브제를 도입해 직원들간 선의의 경쟁도 유도하고 있다. "처음에는 평사원으로 출발하지만 단계를 거치면서 리더 슈퍼바이저 매니저 등에 오를 수 있도록 승진제를 도입하고 이에 따른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여성 CEO라서 겪는 불리한 점은 없을까. 물론 있다. 그러나 여성 CEO에 대한 일반인들의 보수적인 선입견만 빼면 장점이 훨씬 더 많다는게 이 사장의 생각이다. 무엇보다 대부분 여성인 직원들과 끈끈한 유대관계를 유지하는게 쉽다. 가정주부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여직원들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는 이 사장은 회사 내에서 믿음직한 '맏언니'로 통한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겪는 어려움은 물론 사소한 가정사까지 상담하는 직원들이 많습니다. 이처럼 서로 믿고 끌어 주는 인간적인 교류가 회사 발전의 밑거름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김수찬 기자 ksc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