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이 IMF의 경기처방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미국정부는 최근 IMF가 야심적으로 추진해온 '국가파산제'에 제동을 걸고 나선데 이어 이번에 다시 IMF의 경기진단에 이의를 제기함으로써 미국과 IMF간 대결구도가 조성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20일 워싱턴에서 열린 'IMF-세계은행-선진7개국(G7)회의'에서 미국과 일본 참석자들은 IMF에 대한 비판과 불만을 서슴지 않았다. 존 테일러 미국 국제담당 재무차관은 "미국 경상적자가 세계경제에 가장 중대한 위협"이라는 IMF보고서의 지적을 '잘못된(wrong)' 것이라고 일축했다. 테일러 차관은 "경상적자는 미국에서 저축보다 투자가 활발하며 미국이 투자하기 적합한 곳이라는 것을 의미한다"며 "오히려 이같은 흐름을 막거나 방해하려고 시도하는 게 훨씬 큰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국제사회에서 미국 경상적자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유럽의 생산성저하나 일본의 경기침체가 보다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일본 경제관료들의 공격은 더 신랄했다. 시오카와 마사주로 일본 재무상은 IMF를 '미숙한'(unprofessional)집단으로 몰아세웠다. 그는 "일본의 침체된 경기를 되살리고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재정지출을 늘리고 통화정책을 보다 완화해야 한다는 IMF의 주장은 한마디로 터무니없다(unreasonable)"며 "IMF는 부당한 내정간섭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일본의 국공채 규모는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1백40%에 달한다"며 "재정건전화가 시급한 상황에서 국공채 추가 발행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재정지출을 늘리라는 것은 말도 안되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미국과 일본의 시퍼런 서슬에도 불구하고 IMF는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호르스트 쾰러 IMF총재는 "양국의 경제상황과 평가에 대해서는 보고서에 있는 내용외에 덧붙일 말이 아무 것도 없다"고 밝혔다. 한편 미·일의 이같은 반발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한국등 동남아국가들이 취한 행보와는 대조적인 것이다. 당시 한국등은 IMF의 굴욕적인 처방을 말없이 감내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