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자금엔 더 이상 비상구가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검은 돈과의 전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탈세와 돈세탁을 막아 테러자금과 마약거래대금 등 불법자금의 유통을 최대한 저지하기 위해서다. OECD는 18일 35개 조세피난처(Tax Haven)중 7개국을 '비협조적(Unco-operative)' 조세피난처로 지정하며 선전포고를 했다. 금융투명성 제고와 과세정보교환에 동의하지 않은 유럽의 소국 안도라와 리히텐슈타인, 아프리카의 모나코와 라이베리아, 태평양 섬나라인 나우루 마샬군도 바누아투 등을 전쟁의 주적(主適)으로 선언한 것. OECD는 국제적인 세제개혁 캠페인을 거부한 7개국에 대해 고강도 제재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현재 논의중인 조치는 내년 4월부터 7개국내에서 한국을 포함한 OECD 회원국(30개)기업의 영업활동을 금지하는 방안이다. 법인이나 사무실을 여는 것은 물론 금융거래도 금지된다. 조세피난처는 아니지만 검은 돈과 이래저래 관계를 맺고 있는 스위스도 OECD의 칼날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전 세계 검은 돈의 3분의 1인 1조6천억달러를 유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스위스는 비밀계좌를 허용하는 은행비밀법을 폐지하라는 거센 압력을 받고 있다. OECD가 벌이는 '검은 돈과의 전쟁'은 전 세계 금융거래 판도를 바꿀 전망이다. 대표적인 조세피난처로 각광받았던 바하마와 버뮤다제도 등 중남미의 카리브해 연안지역에서도 이젠 불법자금의 유통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제도개선을 약속한 이들 '협조적' 조세피난처의 경우 현행처럼 기업과 개인에 대한 비과세혜택만을 무기로 자금을 유치해야 한다. 앞으로 차명과 익명거래를 금지시키고 특정인의 금융거래 내역도 공개해야 하기 때문이다. 모나코 등 7개 비협조적 조세피난처도 지금보다 더 촘촘한 감시에 놓이게 돼 불법자금은 더 이상 안전한 은신처를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