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온라인게임개발사에 10배수 미만으로 투자제의를 했다가는 명함도 못내밉니다."(창투사 관계자) "지난해에는 저희가 창투사나 기업을 찾아다니는 경우가 많았는데 올 들어서는 오히려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 귀찮을 정도입니다."(온라인게임개발사 사장) 얼마전 국내 최대규모의 게임펀드를 운영하는 모 창투사는 황당한 일을 당했다. 국내 한 온라인게임개발사와 액면가의 약 6배수로 12억여원 투자하기로 구두합의했으나 계약서 서명을 앞두고 대기업에서 더 높은 투자배수를 제시하자 이 개발사가 합의를 없던 일로 했던 것. 이 창투사는 언론에 투자 계획의 보도자료까지 발표했다 부랴부랴 취소하는 소동을 벌였다. 올들어 게임시장으로 자금이 대거 몰리고 있다. 정부 산하기관이 경쟁적으로 펀드를 조성,투자에 나서고 있는데다 대기업 창투사 선발게임사 개인투자자 등이 이에 가세하고 있어 사상 유례없는 투자자금 홍수를 맞고 있다. 일부에선 '묻지마 투자' 현상까지 벌어지는 등 과열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투자자금 러시 =올들어 국내 게임시장에 유입되고 있는 투자자금 규모는 약 1천5백억원에 달한다. 한국게임산업개발원 문화콘텐츠진흥원이 창투사들과 공동으로 조성한 펀드자금 6백50억원을 비롯 중소기업진흥공단이 1백억원 규모의 게임펀드 조성을 추진중이며 엔씨소프트 한빛소프트 등 선발 게임회사들도 각각 2백억원 규모의 게임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정보통신부도 1백40억원의 자금을 온라인게임개발 투자에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또 올초부터 온라인게임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는 삼성전자도 연말까지 1백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며 SK글로벌도 게임투자를 검토중이다. 닷컴 침체 이후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던 개인투자자들도 창투사와 입소문을 통해 게임개발사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사상 유례없는 자금호황 덕분에 게임개발사들은 끊임없는 투자문의에 시달릴 정도이며 일부에선 아예 '투자사절'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왜 온라인게임 시장으로 몰리나 =엔씨소프트의 '리니지'가 대박을 터뜨린 이후 온라인게임에 대한 투자자들의 인식이 바뀐데다 아케이드와 PC게임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개발사에 대한 투자는 지난해 말부터 게임 유료화로 월 15억원 정도의 안정적 매출을 올리는 중형 게임사들이 등장하면서부터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해말 유료화에 들어간 웹젠의 '뮤'를 비롯 나코인터랙티브의 '라그하임' 등은 동시 접속자 2만명대를 유지하면서 월 평균 15억원 안팎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과열투자 조짐 =게임개발사는 1천4백여개에 달하지만 투자할 만한 게임회사는 손으로 꼽을 정도여서 게임업계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각하다. 일부 온라인개발사들에는 귀찮을 정도로 투자가 몰려드는데 반해 PC게임 개발사나 비디오게임기업체에는 아예 투자 문의조차 없을 정도로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 이 때문에 투자회사간 게임확보전도 치열하다. 한솔창투 드림디스커버리 등 펀드를 운영하고 있는 창투사는 물론 엔씨소프트와 한빛소프트 등도 온라인게임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사장은 "가능성이 있는 게임을 발굴하더라도 타 업체나 투자사들이 끼여들어 성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