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연합(EU)이 철강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와 이에 대한 보복위협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는 미국의 철강 세이프가드에 대해 EU가 보복조치를 취하려 하자 미국이 강하게 이의를 제기한데서 비롯됐다. 조지트 샤이너(女) 미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는 17일 미국의 철강 수입관세에 대한 EU의 보복위협은 세계무역기구(WTO)의 규정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샤이너 부대표는 "교역당사국간의 분쟁은 독자적이고 중립적인 패널에서 정해진룰에 의거해 처리되도록 하는 게 WTO의 근본정신"이라며 "EU의 보복위협은 이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떤 나라가 WTO규정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오히려WTO규정과 원칙을 위반한다면 이율배반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EU 무역담당위원인 파스칼 라미의 대변인은 미국의 철강 수입관세에 대한 보복조치가 검토되고 있다고 밝혔다. EU는 WTO의 규정에 따라 특정 미국상품에 대한 관세를 높이는 보복조치를 오는 6월중순까지 취할 수 있다고 이 대변인은 설명했다. 이에 대해 샤이너 부대표는 "EU가 일방적인 보복조치에 나선다면 이는 WTO 분쟁조정패널의 결정을 거치지도 않은 채 미국의 WTO규정 위반 여부를 자의적으로 판단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 행정부가 지난 3월5일 철강 세이프가드를 발동하기 전 WTO규정에 따라 6개월간의 조사와 3개월간의 검토를 거쳤음을 상기시키면서 "WTO 규정 등에 이의가 있다면 WTO 패널이 결정토록 하는 게 올바른 순서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앞서 호르스트 쾰러 국제통화기금(IMF)총재는 워싱턴 내셔널 프레스클럽연설에서 대미 보복에 앞서 자제력을 발휘해줄 것을 EU에 촉구했다. (워싱턴 AF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