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콤이 파워콤 인수에 전격 나선 것은 LG그룹이 통신사업을 그룹 주력사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풀이된다. 데이콤은 17일 기자회견에서 파워콤 인수와 더불어 앞으로 후발 통신사업자들과의 제휴나 연합도 추진하겠다고 밝혀 그룹측의 이같은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이에 따라 하나로통신과 두루넷의 통합결렬로 혼미를 거듭하고 있는 정부의 통신3강 정책이 다시금 힘을 얻게 될 전망이다. ◇LG그룹,왜 나섰나=LG그룹은 유선사업자인 데이콤과 이동통신사업자인 LG텔레콤을 거느리고 있지만 KT(옛 한국통신)와 SK텔레콤에 비해서는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정부의 비대칭규제 정책도 이들 '2강'의 막강한 시장장악력을 제어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특히 국내외 통신시장이 유·무선 통합으로 가고 있는 흐름에서 LG그룹은 데이콤만으로는 유선기반이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유선쪽을 강화하지 않고는 미래의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사실상 힘들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LG그룹은 KT에 버금가는 기간망과 가입자망을 갖고 있는 파워콤 인수를 통해 유·무선 기반을 갖춘 명실상부한 통신그룹으로 발돋움한다는 전략을 세운 것이다. 현실적으로는 LG텔레콤이 파워콤 매출의 21%를 올려주는 최대 고객이어서 파워콤을 아예 인수하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데이콤-파워콤의 시너지 효과=데이콤은 장거리,국제전화 등 기간망을 갖고 있지만 가입자까지 이르는 가입자망이 없어 사실 '반쪽 통신사업자'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5만5천㎞에 달하는 파워콤의 가입자망을 얻게 되면 데이콤은 인터넷 전용회선,기업통신망 등 서비스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갖게 될 전망이다. 데이콤측은 "파워콤의 경영권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며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업체들의 지분구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데이콤이 컨소시엄의 최대지분을 확보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전망=입찰참여 의향서 접수 마감일인 17일까지 의향서를 제출한 업체는 데이콤외에 하나로통신,두루넷,신한맥쿼리,온세통신,외국 투자사 ENP 등 모두 6개 그룹이다. 데이콤 컨소시엄에는 시스코시스템스가 1백% 출자한 SAIF와 캐나다 연기금 CDP가 참여해 자금력과 경영능력에서 다른 입찰참여 그룹을 능가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하나로통신은 이와 관련,데이콤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에는 들어가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데이콤이 됐든,하나로가 됐든 파워콤을 인수하는 업체가 다른 사업자들을 어떤 식으로든 흡수하며 통신 제3강의 중심이 될 것이 확실시된다. 파워콤 지분매각은,29일부터 정밀실사,6월11일 입찰,6월17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등의 일정으로 진행된다. 장규호 기자 sein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