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밝힌 올해의 통화정책 방향은 "시장과 대화하며 정책을 펴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한은이 금리인상 가능성에 대한 시그널(신호)을 시장에 주고 시장참가자 대다수가 예상하는 인상 시기에서 석달 정도의 오차를 벗어나지 않게끔 정책을 집행한다는 방침이다. 그 사이 시장 참가자들은 충분히 대비할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시장금리에는 콜금리를 0.25∼0.5%포인트 올릴 것이란 예상이 이미 반영돼 있다. 따라서 당장 5월초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콜금리를 올려도 시장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 박승 식(式) 통화정책 =박 총재는 이날 '경제비전 21' 토론회에서 "정작 금리를 올리는 시점에선 시장이 놀랄 것도 없고 놀라지도 않을 시장친화적인 '무미무취한 통화정책'을 펴겠다"고 설명했다.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앨런 그린스펀 의장처럼 모호한 수사(修辭)를 지양하되 '시그널은 확실히, 충격은 미미하게' 금리정책을 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을 5.7%로 대폭 높여 잡았다. 매년 7월과 12월 두 차례만 전망을 발표하던 한은이 넉달만에 경제전망을 수정한 것자체가 명쾌함을 특징으로 하는 '박승 류(流)'에서 비롯된 것이다. 더욱이 박 총재는 "별도의 대책이 없다면 내년에 4% 이상의 물가상승이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별도 대책'을 특별히 강조해 시장에 강력한 시그널을 보낸 셈이다. ◇ 5월 금리 올릴까 =박 총재의 발언중 주목할 대목은 금리인상의 시차(Time lag)를 강조했다는 점. 내년에 물가상승 압력을 견뎌내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리인상 요인과 금리동결 요인이 양립해 있는 현재 상황에서 5월 금리인상 여부는 이달 말을 전후해 발표될 산업활동 동향(3월)과 수출실적(4월)에 달려 있다.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4월에는 수출도 플러스로 돌아서고 설비투자도 매우 좋게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지만 금리인상은 6개월 뒤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경기가 과열로 접어들고 난 뒤에는 시장 충격이 그만큼 더 커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 경제 펀더멘털이 바뀌었다 =올해는 한국 경제가 구조조정을 끝내고 선진경제로 출발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박 총재는 풀이했다. 한은 총재로선 이례적으로 "저평가된 주식시장은 종합주가지수 1,500까지도 바라볼 수 있다"는 낙관적 전망을 곁들였다. 하지만 가계대출의 60%가 부동산과 주식으로 몰리는 자산인플레 현상에 대해서는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