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의 전도사' 서두칠 사장이 이스텔시스템즈(옛 성미전자) 재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1월17일 이스텔시스템즈에 첫 출근한 서 사장은 회사 및 통신장비업계 현황 파악을 마치고 경영개선 및 기업가치 향상 작업을 본격적으로 벌이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임직원들도 회사살리기에 발벗고 나섰다. 이스텔시스템즈는 창사이래 최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2000년 3천5백26억원에 이르던 매출액은 지난해 1천9백89억원으로 43%나 줄어들었다. 2000년 1백67억원 흑자를 냈던 이 회사는 지난해 6백82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통신장비 시장 악화가 주원인이었으며 아직까지도 업황 개선의 기미가 뚜렷하지 않은 게 이 회사의 현실이다. 서 사장은 취임 후 석달동안 회사를 면밀히 살펴본 결과 세계적 통신장비업체로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 22년의 역사,축적된 기술,도전정신 등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 이같은 강한 믿음의 근거다. 서 사장은 '3개년 경영비전'을 임직원 및 투자자들에게 선포했다. 2002년을 새출발의 한해,2003년을 재도약의 한해,2004년을 성취의 한해로 정했다. 2004년엔 무차입경영에 돌입한다는 계획으로 올해 흑자전환,내년 수익극대화를 이룬다는 경영혁신 일정을 내걸었다. 서 사장은 이를 달성하기 위한 화두로 '선택과 집중'을 제시했다. '돈 되는 사업'에 임직원 전체의 힘을 결집한다는 것. 서 사장은 우선 수익이 되지 않는 자산은 처분하고 있다. 골프회원권 서울사무소부동산 등을 팔았다. 이어 획기적인 원가절감 운동을 실시하고 있다. 접대위주의 영업을 과감히 던져버리고 기술우위 및 고객밀착 영업을 지시했다. 제품을 개발할 때도 설계 단계에서부터 원가절감안을 짜라고 임직원들에게 주문했다. 이스텔시스템즈는 이같은 혁신에 힘입어 올 1·4분기 접대비가 45% 줄었으며 설계비용 등이 25% 절감됐다고 전했다. 서 사장은 인원감축 급여삭감 등은 전혀 검토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생각하지 않을 작정이다. "사람을 줄이고 임금을 삭감하는 것은 사기만 저하시킬 뿐 기업가치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서 사장은 대신 전 직원에게 경영에 적극 참가해 달라고 당부한다. 회사의 현황을 공유하고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경영혁신운동에 참가해야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서 사장은 사장실 문을 24시간 개방한다. 평사원이라도 효율성을 높일 아이디어가 있다면 사장과 머리를 맞댈 수 있도록 했다. 서 사장은 재무구조 개선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2백63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증자가 마무리되면 2백억원 정도는 차입금을 갚을 계획이다. 이 경우 부채비율은 2백13%에서 1백20% 수준으로 떨어진다. 서 사장은 79만8천주의 스톡옵션을 받으면서 2004년까지 무차입경영을 이루지 못하면 스톡옵션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하는 까다로운 조건을 스스로 만들었다. 서 사장은 지난 1997년말 매출액 2천3백억원,적자 6백억원,부채비율 1천1백%로 퇴출 1순위로 꼽혔던 한국전기초자 대표이사를 맡아 3년 만에 매출액 7천억원,순이익 1천7백억원,부채비율 35%의 초우량기업으로 탈바꿈시키는 기적을 이뤄냈다. 이같은 기적을 이스텔시스템즈에서도 만들어 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