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노 프로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14일 돈세탁 방지를 위해 스위스가 은행비밀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프로디 위원장은 스위스의 독어 유력일간지인 NZZ의 일요판에 보도된 인터뷰를 통해 현행 스위스 은행비밀법은 "구식"이며 "더러운 자금이 포함될 수 있는 출처불명의 자금"을 보호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프로디 위원장은 특히 "스위스가 은행비밀법에 부여하고 있는 중요성으로 인해EU 가입을 원치 않는다고 한다면 EU에 가입해서는 안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해 스위스의 EU가입과 은행비밀법 폐지를 연계할 수 있음을 강력히 시사했다. 프로디 위원장은 거듭 "나는 은행비밀법이 스위스의 중립성과 같은 기본적인 가치와는 무관한 하나의 도구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며 "이들 가치는 변화할 수 없지만 부적합한 도구를 버리는 것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EU는 해외 저축에 대한 이자소득세 납부를 기피하려는 시민들을 추적하기 위해서는 스위스의 은행비밀법이 폐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강력히 촉구해왔다. EU는 7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15개 회원국의 모든 국민에게 역외 이자소득 내역 신고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스위스 정부와 은행인협회 등은 국내법으로 보장하고 있는 은행거래 고객에 대한 비밀보호는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테러 및 범죄와 연루된 자금은 은행비밀법의 보호대상에서 제외된다는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제네바=연합뉴스) 오재석 특파원 oj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