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환율과 채권금리가 연중최고 수준으로 오르는 등 금융시장이 심상치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진념 부총리겸 재정경제부장관의 경기지사 후보 출마로 인해 어느 정도 경제팀 교체가 불가피해짐으로써 정책기조 변화 여부라는 돌발변수마저 겹쳐 금융시장이 적지않은 혼란에 빠질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원.달러환율 연중최고 돌파 = 지난 12일 달러에 대한 원화환율은 1천332원으로 마감,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4월10일에 기록했던 1천334.1원 이후 최고치로 올라섰다. 지난해 11월께 1천250원대를 유지했던 원.달러 환율이 가파른 엔화약세의 영향을 받아 1천300원대로 올라선 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과 베네수엘라 석유노동자 파업 등으로 인한 국제유가 상승의 직견탄을 맞은 것이다. 또한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들이 차익 실현에 나서고 상대적으로 주가가 덜오른 대만 등으로 투자금을 옮기는 포트폴리오 비중조정에 따른 달러화 수요도 환율상승에 한몫한 것으로 분석됐다. 환율상승은 수출회복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겠지만 수입물가 상승을 유발, 물가상승 압력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가뜩이나 일부 과열조짐을 보이고 있는 내수에 이어 수출이 큰 폭의 증가세로 돌아설 경우 물가불안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금리도 연중고점 수준 = 지난 9일 지표금리인 3년만기 국고채 유통수익률은 정부가 거시정책기조를 '경기부양'에서 '경기중립'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예상에 급등, 연 6.58%로 치솟으며 지난해 5월19일 이후 11개월만에 최고점을 찍었다. 이후 수익률은 조금 떨어져 12일 연 6.48%로 내려왔으나 시장참여자들이 향후 금리전망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한채 관망세로 일관, 극심한 거래부진이 나타나고있다. 채권시장은 통화당국이 통화정책기조를 '완화'에서 '중립'으로 서서히 전환하고 있고 상반기중 수출회복이 가시화되는 시점에 금리인상이 있을 것으로 보면서도 현재 금리 수준에 대해선 금리인상 전망을 이미 반영하고 있다는 시각과 그렇지 않다는 시각이 팽팽히 갈려있다. 다만 환율 상승과 수출회복이 동시에 진행될 경우 물가측면에선 부담이 늘어나는 만큼 금리에는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채권전문가들은 일부 내수와 부동산 경기가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는 만큼 심리적 요인에 '오버슈팅'하기 마련인 시장의 속성을 감안해 정부가 불안요인을 제거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제부총리 교체 돌발변수 = 이런 가운데 진념 부총리가 경기지사 출마를 위해 13일 사표를 제출, 경제팀 교체가 불가피해졌다. 앞서 박승 신임 한국은행 총재가 취임하면서 전철환 전 총재의 은유적 표현방식과는 달리 '시장은 금리인상에 대비하라'고 직접적 표현방식을 구사함으로써 당일시장금리가 급등하는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정부가 지난 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5%대로 올려잡으면서도 수출회복 여부와 불투명한 유가전망 등의 변수를 감안해볼때 거시정책기조를 '중립'으로 전환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으나 경제부총리가 교체되면 정부의 경기진단이달라질 수 있다는 예상밖의 변수에 직면한 것이다. 신영투신운용 류희대 채권운용본부장은 "중동변수, 경기변수 등에 의해 위축된 채권시장에 인물변수가 한가지 추가돼 활기없는 시장이 보다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관계자들은 당분간 신임 부총리의 경기인식 등에 더욱 촉각을 기울일 수밖에 없어 시장이 펀더멘털즈 보다는 정책당국자의 '입'에 좌우되는 현상이 심해지고그 결과로 변동성도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황정우기자 ju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