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도매상이 제약회사로부터 최고 85%까지 할인받은 약을 병.의원과 약국에는 건강보험 약가 상한액에 공급하는 등 의약품 실거래가상환제가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21일부터 지난 6일까지 2차례에 걸쳐 부산, 대구.경북 지역 도매상 13곳과 병.의원 8곳, 보건지소 1곳, 약국 14곳 등을 대상으로 건보 의약품 거래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 일부 도매상들은 S제약, K제약 등 12개 제약사로부터 특정 전문의약품을 매출가보다 10∼45% 싼 가격에 공급받은 뒤 일부 병원 의사들과 결탁, 납품받은 의약품을 집중처방토록 하는 등 담합을 일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복지부는 덧붙였다. 이들 도매상은 또 제약회사로부터 할인가격에 공급받은 특정 전문의약품에 다른의약품을 끼워 문전약국에 건보약가 상한액을 받고 팔아넘기는가 하면 아예 직영약국을 차려 엄청난 폭리를 취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복지부는 제약회사와 도매상 간의 할인율이 15% 이상인 것으로 드러난 1천411개품목의 건보약가를 인하하는 한편 할인가격에 공급받은 약의 약품비로 건보약가 상한액을 청구한 대구 P약국과 경북 K의원으로부터 부당청구금을 전액 환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복지부는 또 서로 짜고 특정의약품 처방전을 집중 발행한 A약품, W약국, P병원의사 등을 약사법상 담합 등 혐의로 검찰에 수사의뢰키로 했다.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의약품 할인 공급 사례를 보면 보험약가 상한액이 1정당180원인 A사의 G정(제산제)은 상한액의 15%인 1정당 27원에 O도매상으로 넘어온 뒤약국과 병.의원에는 상한액인 180원에 공급됐다. 상한액이 1정당 162원인 H사의 R정(제산제)은 상한액의 25%인 32원에 S도매상으로 공급됐으나 정작 약국 등에 팔릴 때는 상한액인 162원짜리로 둔갑했다. 복지부의 배종성 보험관리과장은 "이번 조사에서 현행 의약품 실거래가상환제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현실적인 보완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99년 11월 도입된 의약품 실거래가상환제는 건보약가 상한액 한도 내에서요양기관이 구입한 약가를 그대로 인정해 건보재정으로부터 약품비를 지급하는 제도이다. (서울=연합뉴스) 한기천기자 che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