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도매상들이 건강보험제도를 악용해 폭리를 취하고 있다. 일부 도매상은 제약회사로부터 85%까지 할인된 가격에 의약품을 사들인 뒤 의료기관에는 매입원가보다 6배이상 높은 값에 팔아 넘긴 것으로 밝혀졌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부터 두차례에 걸쳐 부산 대구 경북지역의 13개 도매상과 8개 병.의원, 1개 보건지소, 14개 약국을 조사한 결과를 11일 발표했다. 복지부 배종성 보험관리과장은 "도매상들에 돌아간 폭리중 상당부분은 의사나 약사들에게도 '리베이트 형식'으로 돌아갔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부산지역 O도매상의 경우 A제약회사의 제산제인 '가트정'을 한 알당 27원에 매입한 뒤 의료기관에는 건강보험 청구상한액인 1백80원에 판매했다. 이를 사들인 의료기관은 1백80원의 단가로 계산된 약값을 건강보험공단에 고스란히 청구했다. 결국 건강보험공단과 국민들은 실제 거래가격보다 6배이상 높은 비용을 약값으로 지불한 셈이다. 현재 의사 처방전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의 경우 '실거래가 상환제도'에 의해 의료기관의 실제 의약품 구입가격에 따라 건강보험에서 지급하는 약값이 결정된다. 도매상의 폭리과정에 의사들이 개입한 흔적이 있는 사례도 다수 발견됐다. D제약회사의 항암제를 독점판매하는 부산지역 Y도매상은 K의료원의 의사로 하여금 이 약품을 집중 처방토록 유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K의료원 근처 한 약국에서 이 약품의 전국 판매량 가운데 89.2%가 집중 처방됐기 때문이다. B병원의 한 외과전문의는 K제약의 항암제인 독시플루리딘캅셀을 집중적으로 처방전에 올려 전국 판매량의 76% 이상을 소화했다. 복지부는 도매상과의 담합거래에 연루된 의사들에 대해선 수사를 의뢰하고 할인율이 지나치게 높다고 판단되는 의약품에 대해서는 약가를 내리도록 할 방침이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