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산업 역사의 산증인인 김광호 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현 고려대 석좌교수)이 하이닉스반도체 헐값매각에 반대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김 전 부회장은 8일 오후 고려대 국제관 국제회의실에서 고려대 산업정보대학원 반도체 최고위과정 주최로 열린 '하이닉스는 어디로 가야 하나'라는 주제의 심포지엄에서 "당장의 책임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 때문에 헐값에 넘기고 결국은 우리의 자산을 외국으로 빼돌리는 것과 같은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가)금년말 대선을 생각한 정치적 결정에 비중을 많이 둬서는 안된다"며 "전시적 행정 때문에 이같은 엄청난 부조리를 탄생시킨다면 우리나라 전자산업은 정말로 어두운 장래를 갖게 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하이닉스가 외국 컨설팅사의 의견을 기초로 주객이 전도된 듯한 무리한 합병 등으로 혼란에 휩싸여 있을 때 반도체가격 급락이라는 한파를 맞아 결국 지금같은 상태로 전락하게 된 것"이라며 "정부주도의 빅딜에 원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의 D램 산업은 삼성 LG 현대 등 3사가 4메가와 16메가를 국책프로젝트로 공동개발하면서 서로 자극을 주고 선의의 경쟁을 한 결과"라며 "하이닉스가 매각되면 이같은 장점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하이닉스의 메모리부문 분리매각이 추진되는데 대해 "메모리와 비메모리가 이천공장과 청주공장에 여기저기 섞여 있는데 그것을 어떻게 나누겠다는 얘기인지 모르겠다"며 "비메모리만으로는 하이닉스가 절대로 생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지난 69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이후 92∼96년 대표이사 사장,부회장을 거쳐 99년 삼성전관 회장으로 퇴임하기까지 삼성전자를 세계 제1의 반도체업체로 키운 일등공신이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