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의 석유금수에도 불구하고 오일쇼크 가능성은 희박하다. 심리적인 충격으로 국제유가가 단기적으로 배럴당 30달러까지 올라 갈수는 있다. 그러나 과거 1,2차 오일쇼크때처럼 유가가 3~4배로 폭등,세계경제가 마비되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유가 하락세로 반전=당장 이스라엘군이 9일 팔레스타인에서 부분 철수하자 유가는 내림세로 반전, '이라크 금수파장'이 제한적일 것임을 나타냈다. 이스라엘은 이날 팔레스타인 자치구의 2개 도시에서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점령후 12일,미국의 철수요구후 2일만이다. 또 전날 이라크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공격과 미국의 이스라엘지원에 대한 항의로 한달간 석유수출을 중단키로 발표한 지 하루만이다. 이스라엘군의 철수소식으로 싱가포르시장에서 미국서부텍사스중질유(WTI) 5월 인도분은 40센트 가량 떨어진 배럴당 26.3달러선에서 거래됐다. 영국 케임브리지에너지연구소의 존 스태니스로 소장은 "이라크의 금수조치로 유가가 앞으로 30달러까지 단기 급등한 후 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희박한 오일쇼크 가능성=이라크의 하루 산유량은 약 2백40만배럴,수출량은 1백80만배럴 가량이다. 세계 하루공급량(약 7천6백만배럴)과 국제시장거래량(수출량;약 4천5백만배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3.1% 및 4%로 시장을 흔들 정도는 아니다. 더욱이 국제사회에는 완충장치도 충분하다.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노르웨이등 주요 산유국들은 언제라도 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고 있다. 미국등 석유수입국들로 구성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40억배럴(1백14일분)의 충분한 원유를 비축하고 있다. 진행중인 베네수엘라(산유량 2백60만배럴,수출 2백만배럴) 원유업계 노동자들의 파업이 이라크금수 효과를 높이고는 있지만,이도 일시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미국과 사이가 나쁜 이란(3백40만배럴,2백50만배럴)과 리비아(1백20만배럴,70만배럴)가 금수조치에 동참할 경우엔 사정이 달라진다. 유가는 금방 배럴당 40달러선까지 치솟을 수 있다. 하지만 양국의 금수 가능성은 매우 낮다. 국가경제가 원유수출로 지탱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라크와 달리 양국은 미국의 직접적인 공격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자국 경제를 희생하면서 원유금수조치를 취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