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가 7일 철군요구를 거부한 이스라엘에 맞서 미국 등 서방국가들에 대해 석유금수조치를 발동할 수도 있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이에 따라 전 세계 석유생산량의 3분의 1을 담당하고 있는 OPEC이 석유금수조치를 취할 경우 유가폭등으로 인해 회복세에 있는 세계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이와 관련,이라크는 8일 앞으로 30일간 석유수출을 전면 중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발표 직후 국제유가는 배럴당 25달러선에서 27달러로 급등세를 보였다. 런던 국제원유거래소에서는 지난 5일 배럴당 25.90달러에 마감됐던 북해산 브렌트유 5월 인도분이 이날 장중 한때 배럴당 27.35달러로 치솟았다. ◇고조되는 석유금수조치 발동요구=11개 OPEC 회원국중 강경파로 분류되는 이라크 이란 리비아 등은 이스라엘의 군사행동을 지지하는 국가들에 대해 석유금수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원유를 무기화해 미국등 서방국가에 압력을 가하고 이스라엘을 굴복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라크에 이어 이란 리비아 등이 석유금수조치를 취할 경우 단기적으론 유가 폭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OPEC의 알리 로드리게스 사무총장은 "회원국이 금수를 요구할 경우 수용여부를 검토해야 한다"고 밝혀 석유금수 조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또 "이라크의 석유금수조치를 놓고 회원국들과 진지한 협의를 하고 있다"며 "그러나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덧붙였다. ◇석유금수조치 발동 가능성은=아랍 산유국들이 정치적인 이유로 원유수출을 중단한 것은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미국에 대한 금수조치를 단행한 1973년. 이 조치로 1차 오일쇼크가 발생했다. 당시 3달러선을 맴돌던 원유가는 다음해 무려 12달러로 4배나 폭등했다. 현재로서는 석유금수가 발동되긴 어려울 것이라는게 지배적인 견해다. 설령 금수가 취해진다고 해도 러시아 등 비OPEC 회원국들의 영향력이 높아져 그 파급효과가 예전 같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등 주요 산유국들도 석유를 무기로 사용할 경우 세계경제 침체로 자신들도 엄청난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단체행동에 소극적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스라엘과 아랍권의 갈등이 증폭될 경우 석유금수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