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가 금리를 먼저 올릴까' 경기가 빠른 속도로 회복됨에 따라 한국 미국 EU(유럽연합) 등 각국 중앙은행들이 조만간 금리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각국의 상황이 다르고 금리 인식에도 상당한 차이가 있어 인상폭과 시기는 다를 것으로 보인다. ◇ 우리나라는 수출.투자 중시 =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4일 "수출과 투자의 회복속도, 자산가격 움직임, 물가 동향을 예의주시해 금리정책을 조정하겠다"고 말했다. 수출과 투자가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금리를 인상할 수 없다는 종전의 입장에서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그러나 내수보다는 수출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미국 유럽과는 차이가 있다. 수출은 이달부터 10% 이상 증가세로 반전될 전망이다. 기업설비투자도 상반기안에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은 하반기 물가상승 압력에 대비해 5,6월께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투기도 우리나라에서는 중요한 금리 변수다. ◇ 미국은 2차 경기침체 우려 =올들어 민간소비가 늘어나고 산업생산이 2년 만에 증가세로 반전하는 등 경기회복세가 뚜렷하다. 그러나 '2차 경기하락(Double Dip)' 가능성을 여전히 우려하고 있다. 경기가 회복되는 듯하다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경우를 그동안 여러차례 경험했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지난달 말 '경기침체와 물가불안 가능성이 각각 반반'이라고 결론내렸다. 금리를 내려야 할 요인과 인상해야 할 요인이 '균형'돼 금리를 동결했다는 설명이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경기침체 가능성이 '확실하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오는 6월 이후에나 단행될 전망이다. ◇ 유럽은 통화가치안정 최우선 =빔 뒤젠베르그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지난 4일 금리동결을 발표하면서 "올해 물가상승률이 2%를 넘길 가능성이 있다"고 처음으로 언급했다. 당초 기대했던 것보다 물가가 오를 수 있다는 우려다. 유럽중앙은행은 유로의 가치를 안정시키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최근 유가급등을 우려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유럽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기로 접어들지 않더라도 물가불안이 우려되면 곧바로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