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정유가 자회사인 인천정유와의 거래 관계를 완전히 청산한다. 이에 따라 국내 정유사 중 유일하게 별도의 판매망을 갖지 못한 인천정유는 상당한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정유 정몽혁 사장은 최근 인천정유 우완식 법정관리인을 방문해 대리점 계약연장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통보했다. 인천정유는 지난 99년 현대정유에 인수된 이후 대리점 계약을 통해 현대정유의 직영 및 자영주유소 9백여개에 자사의 석유제품을 공급해왔다. 현대정유가 오는 6월 만료되는 대리점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인천정유는 생산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일일 4만5천배럴의 석유제품에 대한 판매처를 잃게 됐다. 인천정유 관계자는 "현대정유가 대리점 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사실상 모회사와 자회사의 관계도 청산하자는 것"이라며 "석유수입 업체나 소매점 등을 대상으로 물량을 소화시킬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대정유가 과거 한화에너지플라자를 인수해 인천정유(구 한화에너지)의 유통망을 가져간 만큼 법적 소송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정유는 그러나 대리점 계약 해지는 수익성 개선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현대정유 관계자는 "인천정유의 제품을 받아 주유소에 공급하느라 정작 현대정유 제품 중 상당량을 저가에 수출할 수밖에 없었다"며 "수익성 위주의 경영을 하겠다는 경영진의 방침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법정관리 중인 인천정유는 최근 현대정유의 지분 38%를 완전 소각하고 채권단이 약 1조원의 부채를 출자전환하면 회생할 수 있다는 방안을 법원에 제출하기도 했으나 이번 계약 실패로 정상화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