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반도체업계가 불황의 늪에서 벗어나기 무섭게 `300㎜(12인치) 웨이퍼' 양산경쟁을 둘러싼 생존게임에 돌입했다. 300㎜ 웨이퍼는 기존 200㎜(8인치) 웨이퍼에 비해 생산량은 2.5배 많고 생산비용은 30% 절감돼 반도체 제조의 새 패러다임을 구축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따라 300㎜ 웨이퍼 양산 경쟁에서 뒤진다면 생존자체가 어려울 것이란 위기감이 커지면서 각 업체들은 자체 대응능력을 높이는데 주력하는 동시에 `합종연횡'을 통한 새판짜기도 서두르고 있다. 5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05930]와 독일 인피니온테크놀로지가 작년 11월과 12월 각각 300㎜ 웨이퍼를 이용한 D램 양산에 착수, `2강(强) 체제'를 발빠르게 형성했으나 최근 후발업체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경쟁구도가 한층 복잡한양상을 띠고 있다. 하이닉스반도체[00660] 인수를 추진중인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올 하반기중 유타주 레히(Lehi)공장과 최근 일본 도시바로부터 인수한 도미니온 공장에 300㎜공정을 도입, 내년 2.4분기부터 본격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마이크론은 하이닉스 인수만으로도 D램 시장점유율이 35% 이상 커질 것이라는전망 하에 올해안으로 300㎜ 양산체제를 구축한다면 경쟁업체인 삼성전자와 인피니온을 확실히 제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만 반도체업체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대만 최대 D램제조업체인 난야 테크놀로지는 인피니온과 300㎜ 웨이퍼 합작공장을 설립하는 내용의 전략적 제휴를 추진중이다. 인피니온은 이미 작년 12월 독일 드레스덴 공장에서 300㎜ 웨이퍼를 이용한 D램양산을 시작했지만 대만 난야와의 합작을 통한 `몸집불리기'로 삼성전자와 마이크론-하이닉스 연합과의 대응력을 높이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분석된다. 대만 프로모스테크놀로지는 올 1.4분기부터 신주공장에 양산라인을 가동한데 이어 추가 공정확장을 위해 대규모 자금조성에 나서고 있으며 파워칩 세미컨덕터도 4.4분기부터 신주공장에서 양산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작년 메모리사업에서 대거 철수한 일본업계의 경우 엘피다가 히로시마공장에서내년 3.4분기부터 300㎜웨이퍼를 이용한 D램 양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파운드리(수탁가공생산) 업계도 300㎜웨이퍼 양산체제 준비에 한창이다. 세계최대의 파운드리 업체인 TSMC는 현재 월3천장 규모인 300㎜ 웨이퍼 생산량을 연말까지 1만∼1만3천장까지 늘릴 계획이며 UMC도 올해부터 타이난 과학산업단지내 공장에서 300㎜ 웨이퍼 대량생산 체제를 구축하고 싱가포르 소재 300㎜웨이퍼 공장도 올해말까지 완공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시장이 완전 회복되지 않아 300㎜ 웨이퍼를 이용한 D램 양산은 내년초에나 가능할 것"이라며 "그러나 시황회복에 대비해 어느정도 300㎜웨이퍼 양산준비를 해놓았으냐가 생존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기자 rhd@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