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가 2일 이란을 비롯한 아랍권에 대미 석유수출을 중단할 것을 거듭 촉구함으로써 석유가 이스라엘을 제재하기 위한 무기로 사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라크 외무부는 이날 이란과 전체 아랍국에 대해 이스라엘을 팔레스타인 영토에서 몰아내기 위한 행동에 합류할 것을 촉구했다. 콸라룸푸르 이슬람회의기구(OIC) 외무장관 회의에 참석중인 카말 카라지 장관을대신해 외무장관직을 수행하고 있는 후맘 압둘 칼렉은 "이라크는 전체 이슬람 산유국들의 합의가 없이도 이란 및 뜻을 같이 하는 국가들과 연대, 미국에 대한 원유 인도를 즉각 중지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라크는 석유를 시오니즘 및 그 후원자(미국)에 맞서기 위한 무기로 사용하자는 입장임을 확인한다"면서 "이라크 정부는 모든 아랍 산유국들이 합류하기를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이라크는 미국과의 적대관계에도 불구, 하루 150만∼200만배럴에 달하는 원유 생산분중 40% 이상을 중개인을 통해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이에 앞서 이라크 집권 바트당은 지난 1일 팔레스타인 영토의 해방을 위해 이스라엘과 미국에 대해 석유를 무기로 사용할 것을 아랍국가들에 촉구했다. 이와 관련, 이란 정부는 석유를 무기로 사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것이라고 OIC회의에 참석중인 카말 카라지 이란 외무장관이 밝혔다. 카라지 장관은 "아랍 국가들이 석유를 무기로 사용키로 결정하면 우리는 이를고려할 것"이라며 "모든 이슬람 국가들이 그러한 결정을 내린다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라크와 이란의 석유 무기화 주장은 그러나 OIC 회원국은 물론 석유수출국기구(OPEC)로부터 별다른 주목을 끌지 못하고 있다. 빈에 위치한 OPEC 본부의 한 소식통은 "석유가 무기로 사용될 소지는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이라크와 이란이 석유를 무기화할 것을 제안한 사실이 알려지자 국제유가는 이날 급등세를 이어가면서 6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나흘간의 부활절 휴장을 끝내고 이날 문을 연 런던 국제석유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는 장 초반 배럴당 26.69달러를 기록, 지난 지난달 28일의 25.92달러에 비해 큰 폭으로 뛰어올랐다. 이에 앞서 뉴욕 상품거래소에서 5월물 서부텍사스중질유는 전날에 비해 배럴당57센트 상승한 26.88달러에 마감됐다. (바그다드.런던 AFP=연합뉴스) ju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