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암닷컴을 이끌고 있는 송혜자 대표는 바쁘기로 하자면 둘째 가라면 서러운 여성기업인이다. 지나치게 일을 '사랑'한 탓에 무미건조하다는 오해를 살 정도다. 그러나 억척스럽게 일한 보람은 있어 '자수성가한 여성벤처인'을 꼽을때 거의 빠지지 않는다. 송 대표가 27세 때인 1993년에 설립한 회사인 우암닷컴은 지난해 기준으로 매출액 45억원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여성 CEO 벤처기업으로서는 적지 않은 매출규모다. 송 대표의 경력은 그리 화려하지 않다. 이력서엔 두원냉기라는 회사에서 일한 경력이 상대적으로 돋보일 뿐이다. 송 대표는 이 중견기업에서 일한 덕분으로 IT 사업에 눈을 뜰 수 있었다. 이 회사에서 당시 그녀가 맡았던 업무는 경영정보시스템(MIS)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이었다. 송 대표는 "일에 자신감이 붙으면서 자연스럽게 창업 욕심이 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1993년 고향인 경기도 오산으로 내려간 송 대표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악착같이 모왔던 2천만원을 종잣돈으로 우암닷컴의 전신인 우암정보산업을 설립했다. 4평짜리 사무실에 사원이라고는 1명이 고작이었다. 초창기엔 두원냉기의 MIS사업 하청을 하면서 성장기반을 닦아나갔다. 단 2명으로 출발한 회사가 유망중소기업 소리를 들을 정도로 성장하자 송 대표는 경기도 지역 중소기업을 고객으로 삼기 위해 뛰기 시작했다. "초기엔 중소기업 접근이 힘들었다"는게 송 대표의 회고다. 그 당시 중소기업에선 e비즈니스에 대한 개념이 생소한데다 여성 기업대표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은 적도 적지 않았다고. 송 대표는 "고의로 물품대금을 안주거나 늦게 주는 경우도 있었다"면서 "사업 자체에 대한 회의도 적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1999년부터 사업은 순항을 거듭했다. 인터넷 바람을 타고 송 대표 회사는 한국전력 계열사인 한전정보네트웍의 협력업체가 됐다. 한전의 예산회계관리시스템을 수주하는 성과를 올렸다. 한전의 경기지역 사무소에 전산망과 통신설비도 깔았다. 송 대표는 2000년부터 우암닷컴의 주력 사업을 화상통신 솔루션 개발로 바꿨다. "인터넷 인프라가 발달하면서 원격화상 솔루션 시장이 커질 것으로 판단했다"는게 송 대표의 설명이다. 실제로 우암닷컴은 2000년 화상통신 솔루션 제품군을 출시할 정도로 발빠르게 행동했다. 이같은 그녀의 '날쌘 변신'으로 우암닷컴이 앞으로 최우량 기업리스트에 올라갈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