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한국은행 총재로 1일 취임한 박승 신임 총재는 당장 금리를 올릴 뜻은 없어도 2.4분기중 금리인상 필요성을 느끼고 있음을 강하게 내비쳤다. 박 총재는 이날 취임식에 앞서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인터뷰에서 "하반기 이후엔 물가상승 압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돼 미리 대책을 세워 나가겠다"고 밝혔다. 성장보다는 안정쪽으로 선회할 필요가 있다는 요지의 말도 했다. 그는 취임사에서 한은의 '독립성' '위상'이란 말을 10여차례나 강조해 주목을 끌었다. ◇ 경기 인식 =박 총재는 내수 주도의 경기회복으로 일부 과열징후가 있음을 인정하지만 아직 과열을 걱정할 단계는 아님을 분명히 강조했다. 다만 하반기 이후 인플레 가능성은 부인하지 않았다. 미리 대처하겠다고 말한 것이 즉각적인 금리인상을 의미하는지는 분명치 않다. 그는 현재의 경기상황을 회복 초기 단계에 나타나는 '부분적인 마찰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진념 경제부총리와 궤(軌)를 같이하는 셈이다. ◇ 대정부 관계 =박 총재는 자신의 '총재학' 소신대로 정부와 일정한 거리를 두겠다며 선을 그었다. 물론 정부와 대립이 아닌 분업과 보완관계임을 강조했다. 전임 전철환 총재가 정부의 '호출'에 대해 "부르는데 어떻게 안가느냐"며 자주 응했던 것과 달리 정부 경제대책회의에서 박 총재를 찾아보기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 또 이날 김대중 대통령과 잠시 독대했다. 그가 독대채널을 계속 가질 수 있을지도 주목거리. ◇ 한은 독립성 =박 총재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확고히 지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부 △정치권 △이해집단으로부터의 독립과 중립성을 꼽았다. 한은은 정부에 대한 정책조언자로서 적극적으로 정책대안을 제시하고 정부는 이를 귀담아들어야 한다는게 그의 기본 시각이다. 26년 만에 한은에 복귀한 첫날부터 유독 한은 독립을 강조해 정부 일각에선 너무 인기를 의식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