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행원 임명장을 받고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대학으로 자리를 옮긴 뒤 86년 금융통화위원으로, 이번에 세번째로 한은에 돌아와 고향에 온 느낌이다. 과거 절대빈곤기 개발 초기단계에선 성장우선 정책이 불가피했다. 그러나 경제 성숙단계에서는 성장.물가.국제수지를 다같이 중시하는 '안정과 균형'이 정책목표가 된다. 이 단계에선 중앙은행의 독립성 보장과 기능확대가 필수적이다. 선진국일수록 중앙은행 위상이 높다. 한은과 정부와의 관계도 '대립'이 아니라 '분업과 보완' 관계다. 앞으로 통화신용정책을 수행하면서 확고한 독립성의 바탕위에 정부와 긴밀하게 협력해나갈 것이다. 또 독립성은 정치권으로부터도 철저히 지켜져야 한다. IMF사태 이후 우리 경제의 최대 과제는 불황 극복이었지만 올해는 잠재성장률 수준에 이를 만큼 성장이 기대된다. 성장.물가.국제수지 등 세 가지 목표간의 균형을 위해 이제는 안정쪽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상황이란 뜻이다. 이번 총재직은 마지막 봉사다. 사심 없이 헌신적으로 봉사하겠다. 중앙은행의 독립을 확고히 지켜 안정과 성장이 조화를 이루는 선진경제의 틀을 짜는데 이바지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