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컴기업의 몰락과 함께 올해 파리 도서전시회에서 전자서적의 위상은 책 하단의 각주나 다름없는 하찮은 신세로 전락했다. 작년 파리 도서전에 참석했던 사람들은 올 전시회에서는 전자서적과 온라인출판이 크게 각광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도서전 조직위측은 전자서적을 포함해 멀티미디어에 할당된 공간이 작년의 반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반면 전통적인 종이서적을 파는 출판사들이 실패한 사이버출판업자들의 공백을채우기 위해 몰려왔다고 조직위는 말했다. 골드러시를 예상해 인쇄물 백과사전을 포기하고 CD-롬과 인터넷을 택했던 엔사이클로피디어 유니버설리스 같은 출판사들은 다시 과거로 회귀해 전통적인 책 형태의 사전을 선보이고 있다. 이 출판사의 잭 마요르카 프랑스 지사장은 "여전히 종이에 대한 관심이 남아 있다는 것을 주시하고 있다"면서 "인터넷이 독자들의 유일한 문헌이 될 날이 바로 내일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의 첫번째 전자서적 업체인 시탈은 채무지불에 실패한 뒤 마지막 순간에아예 도서전시회 참석을 포기했다. 지난해 시탈은 미국의 경쟁업체인 겜스타와 함께 도서전 관객들이 즐겨 찾는 인기 코너중 하나였다. 겜스타는 올해 도서전에 참석했지만 전자서적을 구색맞추기 식으로 일부 포함시켰을 뿐이다. 겜스타측은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유럽과 프랑스 시장에서 지난해 예상했던전자서적의 출판을 유보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파리 도서전에서 그나마 활기를 느낄 수 있는 전자공간이라면 미래의 저술가들이 값싸게 자신의 원고를 출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소소한 전자출판사들 정도라고도서전 관계자들은 말했다. (파리 AFP=연합뉴스) kjh@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