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환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금융통화위원회를 끝으로 공식행사는 퇴임식만 남겨놓게 됐다. 한은 내외부에서 그의 이임을 `아름다운 퇴장'으로 평가하는 것은 재임기간(98.3.6-2002.3.31) 중앙은행 총재로서 탁월한 성과를 이뤄냈지만 엄격한 자기관리로 신망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의 취임 첫해인 98년 성장률은 마이너스 6.7%였지만 99년이후 2001년까지 각각 10.9%, 9.3%, 3.0%의 성장률을 기록, 3개년 평균 7.7%의 고성장을 이뤘고 물가는98년 7.5%에서 이후 3년간 평균 2.4%로 낮췄다. 98년 2월말 185억달러에 불과하던 외환보유고는 지난 15일 현재 1천64억달러로늘었다. 전 총재는 어려운 시기에 취임해 경제가 안정기에 접어든 지금 퇴임을 하게된것을 다행스럽게 여긴다. 그는 "한은 총재가 된 것만해도 더할 수 없는 영광인데 임기를 다 채웠다. 거기에 경제가 어느정도 안정된 상황에서 퇴임을 하게돼 더이상 바랄게 없다"고 말했다. 전총재는 임기를 채운 5명의 총재 가운데 1명이다. 전 총재를 한은 직원들이 존경하는 것은 그의 소탈한 인품 때문이다. 직원들은 총재에게 보고하면서 거리감을 거의 느끼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총재가 중앙은행 총재로서 기품을 잃지 않으면서 직원들을 격의없이 대했다며 그의 이임을 직원들은 아쉬워한다. 전총재가 아직 프라이드 승용차를 소유하고 있는 것도 한 예다. 출퇴근은 한은에서 지급한 차로 하지만 퇴근후에 개인적인 용무가 있으면 프라이드를 손수 운전한다. 궁상에 가깝다는 얘기도 나올 수 있지만 학교 교수출신이 이만하면 됐다는 것이그의 생각이다. 그는 두 아들을 두고 있다. 첫째는 의사, 둘째는 헌법재판소 연구관으로 있다가현재 미국 연수중이다. 총재재임시 두 아들을 결혼시켰지만 당시 비서실장외에는 아무도 이를 알지 못했다. 한은 독립성 제고는 직원들이 앙금처럼 마음속에 남겨두고 있는 문제다. 한은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느냐는 질의에 대해 전총재는 "적어도정확히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으며 일관된 행동을 했다. 한은 직원들의 의사에 반하는 행동을 한 일이 없는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전 총재는 지난해말 임시국회에서 여야의원들과 논쟁을 마다하지 않았다. 금통위를 앞두고 당정에서 금리관련 발언을 하는 것을 문제삼고 `금통위 개최를 며칠 전후해 금리관련 발언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직원들도 이점을 인정하고 있다. 직원들은 `전총재가 초심을 잃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전 총재는 퇴임이후를 생각지 않고 있다. 재임기간 퇴임이후를 생각하면 업무이행에서 `이해상충'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한동안 쉬면서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다만 고전을 섭렵, 해제를 다는 작업에는 욕심을 드러냈다. 그는 퇴임이후 한은 주변에는 얼쩡거리지 않겠다고도 밝혔다. 괜히 주변에 있으면 `새로 오는 분'이 신경을 쓸수밖에 없고 조언이라고 하는것이 업적자랑에 그칠 수 있어 아주 멀리 떠나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총재는 28일 2001년도 연차보고서 승인을 위한 마지막 금통위를 주재하고 30일 퇴임식을 갖는다. 한은은 전임총재에 대한 예우로 고문으로 추대하고 서울 강남지점에 사무실을마련할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진병태기자 jb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