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수입철강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한데 이어 유럽연합(EU)도 세이프가드 조사개시를 선언함에 따라미국발(發) 철강전쟁이 세계 각국으로 `도미노'처럼 번져갈 가능성이 가시화되고 있다. ◇EU 결정 내용과 영향= EU는 27일 수입철강재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사개시를선언하고 쿼터를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 잠정관세 적용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EU는 이번 조치를 통해 6개월간 열연코일 등 15개 품목에 대해 관세할당을 적용하되 최근 3년간 평균 수입물량에 10%를 더한 물량을 기본쿼터로 정하고 초과물량에대해 14.9∼26%의 추가관세를 부과키로 했다. 기본 쿼터는 글로벌 쿼터 방식에 따라 잠정조치 개시일 이후 EU 회원국 통관순서에 따라 기준을 적용키로 결정하고 특정국가나 공급자에 의한 독과점을 막기 위해적용기간을 3개월씩 나눈 게 특징이다. 우리나라의 EU에 대한 철강수출은 지난해 74만5천t에 3억7천500만달러 수준이며이 가운데 잠정조치 대상품목은 물량기준으로 전체의 53.3%인 39만7천t, 금액으로는47.2%인 1억7천700만달러 규모인 것으로 파악됐다. 냉연.전기강판과 석도강판, 광폭후판, 스테인리스 강선 등은 이번 조치에 포함됐지만 H형강, 도금강판, 파이프 및 튜브, 와이어로프는 제외됐다. 업계는 이번 조치가 수입량의 10%를 더한 것을 쿼터로 정한 만큼 우리 수출에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글로벌 쿼터 형태로 적용됨에 따라 동구권 국가를 비롯한 EU 인접국에 비해 불리해질 수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미국에 이어 EU까지 세이프가드를 발동하고 중국이 우리 철강제품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들어감에 따라 자국 철강산업에 대한 보호조치가 도미노현상처럼각국으로 확산되면서 생길 피해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수입규제 도미노 우려= 미국이 이달초 세이프가드를 발표하고 중국이 지난 22일 한국 등 5개국산 냉연강판에 대해 반덤핑 조사에 착수한데 이어 EU마저 세이프가드 조사개시를 발표함에 따라 세계 철강전쟁이 본격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현재 유사한 수입규제를 검토하고 있는 곳은 캐나다,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브라질, 칠레 등으로 파악되고 있다. 캐나다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따라 멕시코와 함께 미국의 세이프가드에포함되지 않았지만 미국 시장을 잃게 된 역외 철강 제품이 자국으로 밀려들 가능성을 우려, 세이프가드 발동을 검토중이다. 그러나 캐나다의 경우 지난해 수입량이 2000년에 비해 30% 감소한 610만t 수준인데다 올 들어서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정치적' 세이프가드 발동은 자제하는 게 좋다는 내부여론도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말레이시아도 자국 철강업계의 요청에 따라 정부 차원의 철강산업 보호대책 마련을 추진중이며, 태국 정부 역시 최근 핫코일과 냉연제품 등에 대해 최고 25%의 수입과징금을 6개월간 부과키로 하고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브라질의 경우 미국 등의 세이프가드에 따라 제3국 철강제품이 브라질 시장으로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철강관세율을 현행 12%에서 30%로 인상하는 방안을 놓고저울질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브라질 정부는 업계의 관세인상 요구에 따라 내주 대외무역위원회 상임위원회를열어 관세 인상 여부를 검토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철강협회 관계자는 "미국 수출길이 막힌 해외 철강제품의 유입을 막기 위해 세계 각국이 도미노식 수입 규제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런 움직임이현실화될 경우 세계 철강업계가 걷잡을 수 없는 철강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쓸릴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준영기자 princ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