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국내외의 높은 관심속에 진행된 공군의 차기전투기(F-X) 사업이 사실상 미 보잉 F-15K의 승리로 귀결됐다. 27일 발표되는 1단계 평가에서 F-15K와 라팔 등 2개 기종이 오차범위인 3%안에 들어옴에 따라 2단계 평가에 들어가지만, 2단계에서는 한미동맹 등 `정책적 고려'가 결정적 요인이 된다는 점에서 F-15K 선정은 거의 의심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F-X 사업에 참가한 4개 외국업체와 해당국 정부가 총력을 동원, 불꽃튀는 접전을 벌이고 그 과정에서 흑색선전이 난무한데다, 국민의 정부 임기말과 겹치면서 '사업 연기' 가능성마저 대두됐던 상황을 감안할 때 어느 기종이 선정되든 이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게 됐다는데 그 1차적인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이날 오후 1단계 평가결과 발표를 앞두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일부 부처가 F-X 사업 연기 주장을 강력하게 폈음에도 국방부가1단계 결과발표 강행을 택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러나 국방부는 다른 부처들의 이견과 반발을 감안, 일단 28일 돌입키로 했던2단계 결정을 일단 4월 중순이후로 연기할 방침이어서 뒤이은 집행승인(대통령의 재가)과 미 보잉사와의 정식 구매계약은 약 2∼3주 정도씩 순연될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2001년 기종선정'이라는 목표에서 다소 지연되기는 했지만, 최소한의수준에서나마 항공전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공군의 요청은 일단 충족되게 됐다. 전투기의 경제수명을 30년으로 잡을 때 적정 전투기 보유수준(500여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10년 단위로 150대의 신규소요가 발생한다는 게 공군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당초 F-X 사업 규모를 120대로 계획했다가 투자재원 압박으로 40대로 축소 조정했으며, 이 마저도 환율인상으로 압박을 받고 있는 상태다. 국방부 관계자는 "F-X 40대는 노후 전투기 도태에 따른 전력공백을 매우고 미래위협에 대비한 최소한의 억제전력을 확보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특히 가격과 절충교역, 기술이전 등을 놓고 4개 업체와 끈질긴 협상끝에 판로를개척하고 첨단 핵심기술을 이전받을 수 있게 된 것은 평가할만한 대목이다. 사업을 연기할 경우 대외신뢰도가 추락하고, 사업비가 대폭 증가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사업 확정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또한 F-15K 내정은 그 과정이 어떠했든간에 결과적으로 지난해 9.11 테러 이후한반도와 그 주변정세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전통적인 한미동맹관계를 재확인하고 더욱 강화, 발전시킬수 있는 전기를 마련하게 됐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한미 연합전력의 `상호운용성'이라는 기술적.군사적 차원에서 뿐아니라, 반세기이상에 걸친 한미동맹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다는 역사적.정치적 차원에서다. 남북한간 교류와 화해.협력, 그리고 통일 등 한반도 문제는 유일한 초강대국인미국의 영향력을 부인할 수 없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라는 측면도 작용했음직 하다. 아울러 이번 기종결정 과정에서 보여준 획득시스템도 평가할만한 대목이다. 과거에는 기종에 대한 공군의 시험평가와 가격협상이 끝나면 이들 자료를 국방부가 보고받아 기종결정 평가를 진행, 권력의 의중을 읽어 비리와 의혹의 소지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4개 전문평가기관으로 나눠 1단계 평가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국방부가 단순히 취합, 공개함으로써 `외압'의 소지를 상당히 줄인 측면도 있다. 그러나 문제점도 적지 않다. 국방부는 F-15K 선정 과정에서 "투명하고 공정한평가였다"고 자신하고 있지만, `결국 F-15K로 가지 않겠느냐'는 일반의 예상이 그대로 맞아 떨어지면서 처음부터 국방부가 F-15K를 민 게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 이 과정에서 국방부 고위층의 외압설과 국방부-공군의 갈등설, 특정업체 밀어주기를 위한 배점변경 의혹 등이 군 안팎에서 집중적으로 제기된 바 있다. 1단계 기종결정 평가작업은 공정하고 투명했다고 하더라도, 그에 앞서 라팔이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한 기술이전 및 계약조건 부분의 비중을 낮게 잡고, 1단계 평가의 오차범위를 `3%"로 잡은 것 자체가 F-15K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특히 국방부는 F-15K를 포함한 4개 기종 모두의 절충교역 비율이 70%를 넘어섰다고 밝혀왔지만, 미 보잉이 F-15K의 가격을 첫 제시가보다 3억달러 정도 인상함으로써 절충교역 비율이 64% 수준에 그친 것으로 드러나 `특정기종 봐주기'라는 비판여론도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F-X 사업에 사활을 걸었던 프랑스 다소는 물론, 유럽컨소시엄이나 러시아 로소보론엑스포트 등 탈락업체들이 `결국 들러리를 세운 게 아니냐'고 반발하고 나설 가능성이 높아 앞으로 상당기간 후유증을 예고하고 있다. 다소의 한국대행사 관계자에 정보를 제공하고, 1천100만원을 받은 공군酉?〈淪?수사결과와 추후 다른 로비의혹 등이 제기될 우려도 적지 않다. 이와함께 F-X 사업에 투입될 예산 초과도 큰 문제다. 국방부가 현재 확보한 예산인 4조295억원(`02∼`09년)은 환율인상으로 미화 30억6천만달러(1달러에 1천317원기준)에 불과한 반면, 미 보잉이 제시한 F-15K 40대의 가격은 무려 44억6천만달러(5조8천738억원)에 달해 계획예산 초과액은 1조8천억원 대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공군 등의 불요불급한 사업의 예산을 전용, 충당하고 전투기 도입대수(40대)와 성능에 지장을 주지않는 범위에서 미 보잉이 제시한 옵션을 줄이는 방안도 검토한다는 입장이지만, 상당부분은 국회에서 국민의 혈세인 추가 예산을 확보해야 하고, 그 결과 정치권 및 시민단체의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sknkok@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 유.김귀근 기자